[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last mile(마지막 걸음)”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목표 물가 도달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완벽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누적된 비용 인상에 따른 2차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기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국제 금융 시장 안정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결정에 독립성을 높일 것이란 시각을 내놨다.
◆”물가 긴장 늦춰선 안돼…2% 도달은 이르면 내년 말”
이창용 한은 총재는 20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 모두 발언을 통해 “여전히 목표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향후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에 대해 글로벌 수요 둔화와 산유국 증산에 따른 유가 하방 압력과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상방 리스크가 엇갈리는 가운데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 폭 축소 등이 내년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평가하면서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의 근원물가는 우리나라(11월 기준 3.5%)보다 높은 4%대 임에도 금리 인하를 고려한다는 질문에는 “내려가는 속도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단순히 나라마다 경제구조가 달라서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물가 관리 강화가 물가 안정 시기를 지연시킨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지난해 (정부의) 물가 관리 강화는 물가에 대한 기재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힌은은 목표물가인 2% 도달 시기에 대해서 이르면 내년 말이라고 전망했다. 김웅 부총재보는 “최근 상황을 보면 유가가 반등하고 있고, 미국의 통화정책 변동성이 크다”면서도 “현시점에서는 우리나라는 내년 말이나 2025년 초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美 금리 인하 기대 과도…물가 중심 통화정책엔 긍정적
이 총재는 시장의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는 과도하다고 봤다. 그는 “시장에서는 점도표(75bp 인하)보다 더 큰 100bp 인하도 언급된다”면서 “파월 의장의 발언은 현 수준을 오래 유지하면 긴축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했다.
이어 “어떤 점에서는 비둘기파적으로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현 금리 유지가 곧 긴축으로, (현 수준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지 기대에 대한 변화가 없다”면서 “시장의 과도한 반응은 조정 과정을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의 주요국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점에 대해서는 “해외 요인이 많이 안정되면서 (한은의) 독립성이 강화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물가 중심의 국내 요인을 보면서 통화정책을 펼 수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아울러 “그동안은 환율이 흔들리면 금융 불안정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제약됐다”면서 “국제 금융 시장 안정으로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보는 전통적 방식으로 (관점을) 돌아가게 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PF에 대해서는 고금리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서도 적절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어떤 식으로 가격이 가더라도 질서 있게 조정해서 연착륙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내년 경제 부진에 대해서는 “IT를 제외할 경우 내년 성장률은 1.7%로 예상된다”면서 “고통당하는 섹터가 많은 만큼 타켓을 정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쪽으로 돈이 쏠리지 않게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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