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금융당국이 내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안정 프로그램 규모 확대를 검토하고 사업장 재구조화 등을 통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21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를 열고 정부, 관계기관, 시장 전문가들이 함께 내년 금융정책 여건과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
김 부위원장은 내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방향과 관련해 “금융시장 불안 요인 발생시 즉각적이고 충분하고 과감한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장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시장안정 프로그램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도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여건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위험요인을 적시에 식별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한 시장 밀착형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PF 문제에 대해서는 “사업장별 사업성에 따라 PF 사업 참여자들간 자율적 합의에 기반해 사업장을 정상화해 나간다는 기본 원칙은 변함이 없다”면서 “정부는 사업자간 자율적 합의가 보다 원활하게 도출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존 시장안정 프로그램 및 PF사업자 보증 등을 통해 정상 사업장이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확실한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필요시 해당 프로그램의 규모도 충분히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PF대주단 협약, PF정상화 펀드 등을 통해 사업장 재구조화를 지원함으로써 PF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부동산 PF 자금 공급이 부동산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경기순응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과거 저금리 기조에 편승해 사업성과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PF 자금이 과잉 공급된 것이 이러한 경기순응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부동산 경기의 부침이 PF사업을 매개로 금융권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만큼 현재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관계기관들이 검토해줄 것도 당부했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은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한계 차주들의 연체 등 금융권 부실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융권이 선제적으로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을 확보하고 자체적인 채무조정이나 연체율 관리 등 자산건전성 악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권이 건전 경영 기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에 역할을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한 평가와 내년도 경제·금융시장 전망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금리인하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통화정책의 전환이 ‘초저금리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금리가 지금보다는 낮아지겠지만 여전히 경제에 부담스러운 수준일 수 있는 만큼 정부는 고금리 장기화와 잠재적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태세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내년 거시경제 여건과 관련해 참석자들은 우리나라 실물경제는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경제 회복세를 저해하는 하방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세계경제 성장세가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부정적 대외 충격의 가능성이 작지 않은 만큼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의 경제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국제 금융시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기업 경영 여건과 관련해서는 전반적인 개선 흐름이 나타나겠지만 업종별로 회복 속도에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취약업종의 재무적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내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장기 침체 사이클로 진입하거나 가격 급락 등 위기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금리의 영향 등으로 수요자들의 부동산 구매력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어서 부동산 경기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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