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이 다시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에 겪었던 극심한 부동산 거래 빙하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77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1412건)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거래 신고 기한인 이달 말까지 약 일주일의 시간이 남았지만 11월 거래량은 2000건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러한 추세라면 연말인 12월에는 2000건보다도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금리 상승 등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0월 558건 ▲11월 727건 ▲12월 833건 등 극심한 거래 절벽 현상을 겪었다. 그러다 정부의 1·3 대책 여파로 올해 1월(1412건)부터 다시 네자릿수로 돌아온 뒤 4월부터는 ▲4월 3191건 ▲5월 3436건 ▲6월 3845건 ▲7월 3588건 ▲8월 3868건 등 3000건대를 회복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정부 대책 대출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종료되자 거래량은 ▲9월 3372건 ▲10월 2310건으로 다시 1000건 이상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지난달 거래량은 올해 1월 수준으로 돌아왔다.
통상 거래 비수기인 겨울에는 부동산 거래량이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2019년 11월(1만1509건) ▲2020년 11월(6296건) 등 부동산 호황기의 같은달 거래량과 비교하면 지난달 거래량은 현저히 적은 수치다.
반면 매물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5694건으로 1년 전(5만2339건)에 비해 44.6% 증가했다. 매도자들은 집을 팔려고 하지만 매수자들이 이에 가담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거래량 감소 현상을 두고 올해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시장에 쌓인 피로감, 최근 최고 연 7%까지 오른 담보대출금리,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 중단 등의 요인들이 매수심리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3.4로 지난주(83.8)보다 0.4포인트 내렸다.
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 매도자도 매수자도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부동산 정책이 바뀔 수 있어 관망세는 갈수록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매물 적체 및 거래량 감소가 계속될 경우 올 연말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이러한 주택가격 하락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싼 매물이 소진된 데다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등 일부 대출 상품 판매가 중단된 영향으로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들어서면서 주택 거래가 줄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며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조정 기대 심리도 적지 않게 작용하면서 아파트 시장 냉각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상승세가 한 번 꺾였기 때문에 내년에도 하락 추세는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락세가 길지는 않을 것이다. 시세는 급등락하기보다는 작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면서 “거래량은 예년처럼 많지 않아 불황 장세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은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정책 금융 축소에 따라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12월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7회 연속 동결됐지만 높은 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수요층의 구매력이 전체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겨울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정책과 제도 등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면 현재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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