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우리나라에는 ‘역대급 무역적자’가 쌓였습니다.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무역적자가 무려 15개월 연속으로 이어진건데요. 우리 경제의 최대 위기로 기억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발발 이전인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최장기 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올해 6월부터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미 IMF 외환위기 이후 최장기로 이어진 무역적자 탓에 누적된 적자가 걱정입니다.
무역적자의 심각성을 익히 들어보긴 했지만 과거 우리 경제 위기 때와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얼마나, 어떻게 심각하다는 것인지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 통계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지난해에만 478억 달러(63조3828억원)의 무역 적자가 쌓였습니다. 이는 IMF 외환위기 발생 직전인 1996년(206억 달러) 이후 최대치입니다.
게다가 올해 1~11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45억 달러(18조8703억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133억 달러)보다도 큰 규모입니다.
우리나라가 100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를 기록한 해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56년부터 살펴보면 대한민국 사상 첫 무역흑자는 1986년에 나왔습니다.
1989년까지 달콤한 4년 연속 흑자 끝에 1990년부터 다시 무역적자를 기록했습니다. 1994년까지 수십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던 우리나라는 1995년 처음으로 100억 달러가 넘는 무역적자를 냈습니다.
1995년에 낸 적자는 100억6094만 달러. IMF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운 시점입니다. 이어 206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1996년을 지나 1997년에는 85억 달러의 적자로 소폭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이후 1998년부터 무역흑자가 지속됩니다. 1998년 39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한국경제의 힘을 보여줬던 우리나라는 2007년까지 10년간 무역흑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우리에게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옵니다. 133억 달러의 적자를 내며 주춤한 무역수지가 2009년 404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합니다. 이후 증감이 있긴 했지만 꾸준히 2021년까지 무려 13년간 연간 무역흑자를 기록합니다.
이 가운데 지난해에 냈던 적자 규모인 478억 달러는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와 중국시장 침체의 영향이 컸습니다. 중국 시장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에너지 위기까지 찾아왔습니다.
수출 감소는 이어지는데 에너지난에 수입이 늘자 무역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하던 수출 실적이 올해 10월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연내 플러스로 전환하겠다던 정부 목표 달성에 성공한 것입니다.
다만 우려는 남아있습니다. 지난해 워낙 수출실적이 안좋았던 만큼 이번 수출 증가세가 저조했던 전년 동기 실적의 기저효과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우리 무역을 둔 많은 우려에 대해 ‘견조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워낙 외부 변수가 많은 반도체나 컴퓨터, 유가 영향을 받는 석유·화학 제품을 제외한 품목들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출 증가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습니다.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자 하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수출 원팀코리아’ 중심으로 총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를 위해 금융, 마케팅, 인증 등 3대 애로사항 분야를 중심으로 단기 수출지원 대책도 세웠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은 무려 78조원을 집중 투입합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수출상승 모멘텀을 이어나가 수출플러스와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도 펼치고 있습니다. 중국에 치우쳐있던 우리 수출 시장을 미국, 유럽, 중동 등 다양한 시장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중국 시장이 회복된다면 우리는 다시 흑자 기록을 세워낼 수 있을 것입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모두 위기를 벗어난 우리 무역은 이전보다 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하죠. 적자의 늪에 빠졌던 우리 경제가 내년에는 더욱 견고한 모습으로 성과를 내길 기원합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lim@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