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집값 상승 기대가 대출 수요를 높이면서 앞으로도 가계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한국은행 내부에서 나왔다. 특히 내년 시행을 앞둔 정부의 정책 금융 상품이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11월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 다수는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를 경계하면서, 내년 시행되는 신생아특례대출과 청년주택드림 등 정책금융이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신생아특례대출, 가계대출에 영향 가능성”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대출 규제, 금리 상승 등으로 주택 경기가 다소 둔화됐지만 집값 상승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어, 금융 여건이 완화되면 잠재된 대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책 금융에 대한 경계 발언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연말까지 하락 흐름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내년 특례보금자리론이 재개되고 신생아특례대출 등이 새롭게 시행되면서 정책금융이 가계대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내년 정책금융의 내용과 규모, 그리고 가계대출에 미칠 영향 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아이를 낳은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27조원 규모의 신생아 특례대출을 공급하기로 했다. 2월엔 ‘청년주택드림 청약통장’이 출시된다. 무주택 청년을 대상으로 청약 당첨 시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한 ‘청년주택드림대출’에 약 20조~3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내년 주택금융공사 및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정책금융 상품 공급 예정 규모가 올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0∼2022년 평균에 비해서는 상당히 많은 규모”라면서 “정책금융 공급 규모에 대한 평가 및 전망은 보다 장기 시계에서 예년 실적과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정책 금융 대출 영향을 언급했다.
◆가계대출, 4월부터 반등…특례보금자리론 영향 시각
금통위원들이 내년 시행되는 정책금융을 경계하는 것은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대출이자가 급등하며 올 초까지 내리막을 보이던 가계부채가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이후 반등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 -3조4000억원, 올해 1월 -8조1000억원, 2월 -5조1000억원, 3월 -5조1000억원 등 감소세를 보였지만, 4월 1000억원 늘어난 것을 기점으로 5월 2조6000억원, 6월 3조2000억원, 7월 5조2000억원 , 8월 6조1000억원, 9월 2조4000억원, 10월 6조2000억원 등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정책 금융 상품 영향이 컸다는 시각이 높다. 정부는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한 없이 최장 50년, 최대 5억원까지 연 4%대의 금리로 빌려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시행에 나섰다. 한 금통위원은 “금융권 가계대출이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6조원이 넘는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어 금융 불균형 심화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올해 초 주택 시장 반등은 가격이 충분히 하락하면서 주택 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할 수도 있지만, 정부의 부양책 실시로 주택 경기 반등 기대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늘어났을 수도 있다”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은 도입 당시 대환 대출용으로 지원되었으나 실제로는 신규대출로 많이 이용되면서 주택가격 반등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고 지적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진다는 금통위원의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한 금통위원은 “최근 주택 대출의 증가는 정책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것”이라며 정책 금융 대출을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한편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105.1%에서 올해 2분기 기준 101.7%로 줄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8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장기적으로는 80% 수준까지 내려가는 게 한국 경제를 위해 좋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