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거래 가뭄이 최근 들어 다시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노후대비용 인기 자격증으로 손꼽히던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도 급감하고 있다.
2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휴업한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1만4209곳(폐업 1만2938곳·휴업 1271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새로 문을 연 개업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1만1312곳인 것과 비교하면 폐업·휴업한 곳이 더 많은 셈이다.
올해 월별 개·폐업 현황을 보면 1월의 경우에도 개업 사무소 숫자가 소폭 더 많았고, 지난 2월부터는 휴·폐업이 개업 숫자보다 많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휴업이나 폐업을 택하는 중개업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부동산 거래 시장 침체 영향이 크다.
올해 초 정부의 1·3대책을 계기로 주택 거래 시장이 살아나는 듯 했지만 예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 데다 지난 11월부터 다시 거래량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거래 가뭄 조짐이 보이면서 중개업계의 고통이 극심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3436건), 6월(3845건), 7월(3588건), 8월(3868건), 9월(3372건) 등으로 3000건대를 유지했으나 10월에는 2310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지난 1월(1412건) 이후 9개월 만에 최저 기록이다.
11월의 경우에도 1779건(22일 기준)으로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 남아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면 거래량이 2000건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 도봉구 창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초 정부 정책을 계기로 시장이 잠깐 살아났는데 지금은 다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며 “작년말과 비슷한 거래 가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 달에 2~3건 거래 하기도 어려워서 가게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 매매 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 보여주는 KB부동산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동향 지수는 4.6으로 지난달 10.3보다 더 떨어졌다. 이는 지난 1월(1.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사대상 중개업소에서 “거래가 한산하다”고 답한 사람 비율이 95.5%에 달하는 것으로, 사실상 시장에 거래가 거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일선 중개업소 영업이 어려워지자 공인중개사 자격증 인기도 시들해졌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해 말 치러지는 제34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29만2993명이 응시해 작년 38만7705명보다 9만4712명 줄었다. 과거 ‘인생 2막’ 대표 자격증으로 꼽혔던 공인중개사지만 최근엔 월세 내기도 어려운 중개업소가 늘자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것이다.
부동산R114 백새롬 책임연구원은 “세밑 한파에 아파트 매매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며 “계절적 비수기 영향과 집값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장 상황 등의 영향으로 수요층의 관망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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