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은수 기자] 중국 정부가 확률형 아이템, 일일 충전, 출석체크 보상 등을 통한 과금 유도를 막는 고강도 온라인 게임 규제를 발표하면서 국내 게임사들도 술렁이고 있다. 규제 대상이 청소년 뿐만 아니라 성인 이용자로 확대됐고, 게임사 수익모델(BM)에 직접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신규 규제안이 확정되면 현재 중국에 진출했거나 신작 출시를 앞둔 국내 게임사들이 부랴부랴 현지 퍼블리셔와 BM 대응에 분주해질 전망이다.
단, 중국 정부가 규제 발표 하루 만에 의견 수렴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에 완화 가능성이 있고, 외자·내자 판호(서비스 허가권)를 대규모로 내줬다는 점에서 현재 우려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2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NPPA)가 발표한 온라인 게임 관리 대책 초안에 따르면 매일 로그인하는 이용자나 신규 가입자, 연속 접속에 대한 보상으로 이용자를 유도하는 방식의 게임사 마케팅이 금지된다. 흔히 게임사들이 제공하는 ‘출석체크’, ‘일일 퀘스트’ 등 과금 이벤트를 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꾸준히 게임을 접속해 플레이하면 보상을 제공하는 ‘배틀패스’, 월정액’ 등 게임사 BM도 제한을 받는다는 얘기다.
아울러 모든 온라인 게임은 사용자 일일 충전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한도 금액은 발표되지 않았다. 무한정으로 게임머니를 충전하는 게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는 해비유저 이용자 매출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또 게임사들은 게임 내에 비합리적인 소비행위를 주의하라는 내용의 팝업창도 띄워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 역시 과도한 결제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초안에는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 추첨횟수 및 확률을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하며, 온라인게임 이용자의 과도한 소비를 유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됐다.
또 초안은 게임 내 거래 시스템인 경매장 시스템도 규제한다. 온라인 게임사들이 경매나 투기 활동을 통해 가상 아이템이 고가에 거래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초안 17조에 따르면 강제 전투를 금지한다. 게임 필드에서 이용자들끼리 대결하는 PvP 콘텐츠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에 접근이 완전히 금지된다. 미성년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콘텐츠나 중독성이 있는 경우 접속이 금지된다.
# 확률형 아이템 등 과금 유도하는 MMORPG 타격 예상
이번 초안대로라면 중국에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 전반의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타격이 적지 않다. 강제로 1인당 지출을 제한하는 데다가 확률형 아이템, 게임사 수익모델인 확률형 아이템, 배틀패스 등을 통한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상대적으로 이용자 지출이 큰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및 RPG(역할수행게임)가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연구원은 “전반적인 장르에서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나 이번 규제안의 주 타겟은 MMORPG와 수집형 RPG로 판단한다”라며 “일일 로그인, 연속 충전 보너스, VIP 등에 대한 규제는 수집형 RPG가 타겟으로 하며 계정에 대한 충전 한도 설정 및 경매장 등의 금지는 MMORPG가 주 타겟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 규제 초안이 공개된 이후 중국 주요 게임사인 텐센트와 넷이즈 주가는 약 16%, 25%씩 하락했다. 국내에서도 같은날 중국 관련도가 높은 데브시스터즈 14.9% 크래프톤 13.77%, 위메이드 13.4%, 넷마블 5.6% 등 게임주들이 크게 하락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규제 발표 하루 만인 지난 23일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초안”이라며 “관련 부처와 기업, 이용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또 이번 규제가 게임 산업의 번영과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하며 추후 규제 완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또 규제를 발표한 지난 22일 NPPA는 40여개 외국산 게임에 외자판호를 내주는 등 이번 규제와 상반되는 진흥책을 펼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앤소울2’, 위메이드 ‘미르M’, 그라비티 라그나로크:넥스트 제너레이션 등 3종이 외자판호를 받았다. 이어 지난 25일에는 약 105개 게임에 내자 판호를 발급했다. 100개 이상이 내자 판호를 한 번에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규제의 대상이 된 BM으로 중국에서 유의미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게임사들이 없어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이미 확률형 아이템 역시 정보 의무를 표시화하는 내용의 규제가 국내에서 내년 3월부터 시행되면서 게임사들이 비중을 축소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또 아직까지 초안에서 언급된 온라인 게임의 대상이 어디까지인지, 또 연속 충전 보상, 가상 도구 경매/거래 등과 관련해 어떤 게임들이 규제 대상이 될지, 일일 충전한도는 얼마인지 등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어 규제가 미치는 영향을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 역시 현지 언론보도를 통해 새로운 조치가 게임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예측불허 중국 규제…높아진 눈높이도 부담
그렇다면 중국이 돌연 이런 규제를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승훈 안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중국이 오랫동안 판호 총량제를 시행하면서 게임사 수익이 제한되자 최근 지나친 과금 모델에 대한 논란이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에 대한 제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규제로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는 곳들은 전반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받을 것이나, 게임 서비스가 막히는 정도의 타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과금 유도 제한은 명분일뿐 이번 규제는 한국 게임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라며 “판호라는 당근과 규제라는 채찍질을 통해 한국 정부에 보내는 하나의 중국의 암묵적 메시지라,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라고 해석했다.
이번 규제 예고로 인해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중국 시장에서의 흥행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중국 흥행 기대감은 다소 꺾인 상황이다. 중국이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이유로 우리나라 게임 판호 발급을 중단하면서 장기간 시장 진출이 막힌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멈췄던 외자 판호가 발급되면서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다수의 게임사들이 중국에 게임을 출시했다.
하지만 넥슨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 ‘신석기시대’ 등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대다수 게임들의 중국 진출 성과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중국 시장이 변화해 현지화가 더욱 깐깐해지면서 ‘게임성’이 중요해졌고, 규제 리스크도 커져 예전처럼 흥행을 담보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지난해 10.3% 역성장했던 중국 게임시장 규모는 올해 14% 성장해 약 3030억위안(약 55조원)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또다시 자국내 게임산업 규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내년도 중국 게임시장의 회복 기대감은 불투명해졌다”고 전망했다.
우선 국내 게임사들은 NPPA가 최종안을 발표하는 내달 22일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데브시스터즈는 대표작 쿠키런:킹덤을 오는 28일 중국에 출시한다. 넷마블은 판호를 받은 게임 중 기대작으로 꼽히는 제2의 나라가 내년 상반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위메이드의 경우 중국에서 국민 게임으로 평가됐던 미르의전설2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미르M’ 현지 출시 시기를 내년 4분기로 예고한 바 있어 흥행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게임 중 처음으로 중국 판호를 받은 블레이드앤소울2를 통해 오랜만에 중국 진출에 도전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외자 판호를 꾸준히 발급하고 있고, 이번에 대규모 내자 판호를 내준 것으로 보아 이번 규제가 게임 산업을 옥죄겠다는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 건전한 게임문화를 정착시키려는 과정인 것으로 해석된다”라면서도 “중국 흥행이 예전만큼 쉽지 않고 시장도 변하면서 게임사들이 더 이상 중국만 바라보지는 않는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라며 “이번 규제의 목적이 과도한 과금 유도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게임 과금보다는 핵심 재미에 집중하는 라이트 유저 중심의 게임의 경우 흥행 성과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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