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시공 능력 평가 16위 대형 건설회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험이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는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동산PF 리스크를 높이는 만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부동산PF시장…부담되는 ‘고금리 장기화’
3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 28일 오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 채권단은 2주간 채권행사가 중단되고 다음달 11일 자구안을 토대로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와 한은은 태영건설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건설업이나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직접 전이될 가능성을 낮게 본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태영건설 PF위기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태영건설 뿐만 아니라 여타 회사들의 부동산PF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안심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동안 부동산PF 연착륙 방안은 주로 만기 연장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만기를 늦춰도 이자 부담은 여전한데 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과 청약·분양 시장 경색 우려도 높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부동산PF 중 만기연장으로 버티고 있는 브릿지론 30조원 중에서 30~50%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자 비용이 쌓이면서 회생 가능성이 낮은 PF 사업장부터 경·공매로 넘어갈 경우 브릿지론에 대출해준 금융사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한은, 새해 금리 운용 근거로 ‘부동산 익스포저’ 언급
한은은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경기가 다시 위축될 경우 “부동산PF관련 금융사들의 손실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금융기관들은 자산건전성 저하와 함께 예금이 인출될 경우 유동성 관리에 애로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PF의 주된 자금조달 수단인 단기 PF-ABCP, CP 등의 차환리스크가 커지면서 신용스프레드 상승과 자금조달 비용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부동산PF 부실이 증가할 경우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채무보증 현실화로 인해 보증이행을 위한 자금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한은은 지난 29일 발표한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도 기준금리 운용 근거로 가계부채 누증 위험을 비롯해 부동산 익스포저가 큰 일부 비은행금융기관 리스크를 거론하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 한은 금리 인하 전망, 내년 2~4분기까지 다양
국내외 기관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2~4분기까지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는 내년 2분기부터 한은의 통화 정책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BNP파리바는 우리나라 물가가 내년 하반기 2%로 하락하며 연준보다 일찍 금리를 낮추기 시작해 내년에만 25bp씩 총 3회 인하할 것으로 봤다.
JP모건은 내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25bp씩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는 물가 압력이 지속되면서 인하시점이 내년 10월까지 지연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예상 인하 폭은 50bp다.
LG경영연구원은 최근 ‘2024 거시경제 전망’을 통해 한은이 고물가를 이유로 이르면 4분기에나 금리를 낮출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의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2.8%로 제시하며 2% 수렴은 2025년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준금리를 낮추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난다는 점에서 부동산PF 리스크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데 다 우리나라의 경기 부진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한은도 서둘러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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