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우리 국민들이 가상화폐 혹은 코인이라 불리는 가상자산을 처음으로 알게 된 시기는 언제일까. 그 시점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 가상화폐거래소가 처음으로 생긴 것은 10년 전이다. 그때쯤 초기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생기면서 코인은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의 가격은 ‘제로’에서 8000만원을 넘기도 했다. 10년간 그 어떤 자산도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도 이런 변화는 진행 중이다. 그런데 가상화폐를 둘러싼 인프라는 10년간 어땠을까. 국내 첫 가상화폐거래소의 기업공개(IPO)는 의미가 있다. 그만큼 거래소의 투명성을 높여, 거래소는 물론 코인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빗썸에게 2024년은 더욱 특별한 해다. 딥 체인지(Deep Change)란 슬로건과 함께 추진했던 기업공개(IPO)에 한 걸음 가까워지면서다. 체질 변화에 이어 ‘2024 도전’도 성공한다면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1호 상장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는 국내 거래소 최초로 증권시장 입성을 노리고 있다. 상장 목표 시점은 오는 2025년 하반기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등 상황에 맞춰 가능한 곳으로 방향을 틀 계획이다.
◆”IPO로 신뢰 되찾는다”…지배구조 개선 착수
‘고객을 향한 딥 체인지, 빗썸’
빗썸은 지난달 6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새 슬로건을 발표했다. 그간 잘못된 부분을 쇄신하고 고객 최우선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변화’를 내세운 것이다.
IPO 추진 역시 여기서 출발한다. 과거와 이별하고 새롭게 태어나겠다고 선언한 만큼 내부통제 운영을 대외적으로 검증받는 IPO를 통해 고객 신뢰를 되찾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꾸준히 지적된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빗썸 실소유주이자 대주주인 이정훈 전 의장이 지주사 빗썸홀딩스 등기이사로 돌아온 것이 대표적이다. 경영에 복귀한 이 전 의장이 지배력 강화를 통해 내부를 다진다면 IPO 성공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동시에 상장 청탁 의혹을 받는 이상준 빗썸홀딩스 대표를 해임하면서 사법 리스크도 줄였다. 빗썸홀딩스 대표 자리는 이 전 의장의 신임을 받는 이재원 빗썸코리아 대표가 겸직한다.
나아가 주주사들과 협의를 통한 지분율 변경도 계획 중이다. 현재 빗썸코리아 주주 지분율은 빗썸홀딩스(73.56%), 비덴트(10.22%), 티사이언티픽(7.07%) 순이다.
빗썸은 올해를 IPO 추진 적기로 보고 있다. 올해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제정으로 업권법이 마련되는 등 시장규제와 감시체계가 강화됐고, 가상자산 시장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IPO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는 앞서 빗썸이 지난 2020년 IPO를 처음 추진했던 때와 다른 분위기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2020년만 해도 가상자산 관련 모호한 회계기준, 업권법과 같은 규제 미비, 핀테크에 대한 인식 부재 등으로 IPO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며 “현재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도 제정돼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고, 가상자산 회계 공시 기준도 마련되는 등 규제가 어느 정도 명확해져 빗썸이 IPO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도 “지난 2021년 11월 카카오페이의 코스피 상장에서 보듯이 핀테크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며 “당분간 IB 시장에서 흥행 될 만한 큰 딜이 없다는 점도 빗썸코리아의 IPO 추진에 있어 나쁘지 않은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코인 불장+점유율 급증, IPO 매력 높여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대 개막으로 펼쳐질 시장 호황기와 최근 폭발한 시장 점유율 등도 IPO 추진 과정에 윤활유가 될 예정이다.
이는 코인베이스 사례에서 확인된다. 코인 시장 호황은 코인베이스가 가상화폐거래소 중 최초로 나스닥에 입성한 대표 비결로 꼽힌다. 실제로 입성 시점인 지난 2021년 4월은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양적 완화로 ‘자산 버블 시대’가 찾아오면서 가상자산이 크게 폭등하던 때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코인베이스에도 호시절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고, 이는 곧 증시 직상장으로 이어졌다.
빗썸이 상장을 준비하는 2024년 역시 ‘코인 불장’이 점쳐지는 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이어 금리 인하, 반감기, 비트코인 회계 기준 정립 등 가격 상승 요인들이 대거 대기하면서다. 이는 코인베이스와 마찬가지로 성장성 측면에서 큰 흥행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 핵심 원동력은 비트코인 현물 ETF로부터 자금 유입”이라며 “이와 함께 반감기와 미국 재정 이슈, 대선, 부채한도 협상 등 주요 이벤트가 2024년 이후 이어짐에 따라 가격은 우상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 투심 위축으로 옥석 가리기가 심해진 가운데 성장성이 떨어진다면 흥행이 어려울 수 있다”며 “시장 전망대로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에 더 오르면서 빗썸 실적도 함께 개선된다면 IPO 시점에서 매력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최근 급증한 시장 점유율도 매력도를 높인다. 빗썸은 지난달 27일 한때 업비트를 제치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50.4%)를 차지했다. 무려 4년 만에 이끈 지각변동이다.
뒤집은 기세를 향후 IPO 시점까지 끌고 간다면 주요 매력 요소로 부각될 전망이다. 빗썸 IPO 대표 장애물로 꼽혔던 ‘업비트 독주’가 제거됐다는 점에서다. 업비트는 그간 국내 시장 점유율 90%를 독점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빗썸이 역전할 당시 업비트 점유율은 47.1%로 급감했다.
나아가 시장 호황기와 시장 점유율 확보가 맞물려 시너지를 낸다면 매력도는 더욱 증가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을 통해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점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라며 “IPO 시점에 시장 상황까지 좋아진다면 강력한 세일즈포인트로 등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빗썸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 넘게 진행 중인 무료 수수료를 유료로 전환하더라도 이전보다 경쟁력 있는 수수료를 제공할 것”이라며 “동시에 거래소 자체가 매력을 더욱 갖출 수 있도록 혜택과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