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은행·제2금융권 등 일부 채권금융사들이 10조 원가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에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부 선순위 금융사들이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고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워크아웃에 동의한 금융사들이 해당 채권을 매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청구권을 행사한 금융사는 곧바로 채권을 회수하고 워크아웃에서 이탈하게 된다.
최근 태영건설 대주주의 자구책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어 이런 채권회수조치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금융사들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동의에 앞서, 대주주 자구책이 얼마나 잘 마련됐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대주주 자구책이 미흡하거나 자금조달 계획이 부실하면 워크아웃에 동의하지 않고 대출을 전격 회수할 수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태영건설 PF에 대한 채무보증과 금융권 익스포져가 상당한 만큼 대주주의 자구책이 어떻게 마련되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늘 오후 서울 모처에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대한 채권단 설명회를 개최한다. 채권단에는 은행·보험사·증권사·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모든 금융권이 속해 있다.
일부 선순위 금융사들 중심으로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워크아웃은 채권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동참하게 돼 있고, 만약 반대하는 채권자가 있으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이탈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채권금융사에 대해 워크아웃에 찬성하는 채권금융사가 청산가치에 준하는 채권액을 물어줘야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선순위 금융사들은 담보가 확실해 워크아웃에 굳이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들 중심으로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채권에 대한 부동산 담보가 확실하고 상대적으로 자금 마련이 시급한 상호금융권에서 해당 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태영건설이 갚지 못한 PF 관련 채무는 10조원에 달한다.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단 400여곳에 보낸 ‘태영건설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금융사 80곳에서 조달한 직접 차입금은 1조3007억원이다. 또 규모가 작은 시행사의 대출에 대해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보증을 선 규모는 9조1819억원이다. 태영건설은 전국 122곳의 부동산 사업장에 보증을 선 상태다.
무엇보다 최근 태영건설 대주주가 진행한 자구계획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어, 채권금융사들의 이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를 사모펀드에 판 뒤 2400억원을 확보했으나, 태영건설은 1451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상거래채권 중 외상매출 담보 채권대출(외담대) 451억원을 갚지 않았다. 또 티와이홀딩스는 당초 태영건설에 1133억원을 빌려주기로 지난달 28일 공시했지만 현재 이 중 400억원만 투입한 상태다.
오히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을 지주사 채무보증 해소에 먼저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부실이 커진 태영건설보다는 상대적으로 우량 계열사인 SBS를 살리려 한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도 대주주의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채권금융사들의 채권회수조치 기류가 확산되면 결과적으로 워크아웃은 무산되고 태영건설은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된다. 기촉법상 채권단의 75% 동의를 거쳐야만 워크아웃에 돌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까지 모든 채권이 동결되면서 분양 계약자와 500여개 협력업체의 피해가 커지게 되고 나아가 국내 경제의 뇌관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법원이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회사가 청산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오늘 오후 3시 산업은행에서 열리는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건설 대주주가 자구노력 방안을 어떻게 내놓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현재로선 에코비트, 블루원 등 계열사 매각 등이 먼저 거론될 것으로 관측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