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9조원대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3일 채권단에 그룹 계열사인 에코비트, 블루원 등의 매각을 자구안으로 제시했지만 SBS 지분매각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확인됐다.
태영건설 채권단에 따르면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은 태영그룹 차원의 4가지 자구안을 제시했다.
태영그룹이 제시한 지원안은 우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이다.
또 태영그룹은 알짜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을 추진해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에코비트는 자산 2조3000억원에 지난해 매출 8000억원의 환경업체로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지난해 9워말 기준으로 지분 50%를 갖고 있다.
티와이홀딩스가 지분 87.7%를 갖고 있는 골프·레저업체인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도 자구안으로 제시됐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지분 37.5%를 매각하고 남은 평택싸이로의 잔여지분 62.5%를 담보로 제공해 태영건설을 지원하겠다는 게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이다.
그러나 이는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졌던 내용이거나 기존에 내놓았던 자구안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게 채권단의 반응이다.
앞서 태영그룹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지난달 28일 태영인더스트리를 사모펀드에 팔아 확보한 총 2400억원 가운데 사주일가 보유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를 태영건설 상거래채권 결제 등에 사용하겠다고 한 바 있다. 에코비트와 블루원 매각도 시장에서 이미 예상됐던 내용들이다.
반면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대주주의 사재출연이나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매각은 이번 자구안에서 제외됐다.
이날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은 SBS 지분매각 의사를 묻는 채권단 질문에 “최선의 방안을 찾겠지만 SBS는 방송사이고 제약 요건이 많아 의견을 드리기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코비트와 블루원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도 해당 회사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 매각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에코비트는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의 아들 윤석민 회장이 지분 25.5%를 보유중이며 블루원도 오너 일가가 지분 12.26%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대한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크아웃에 돌입하려면 채권단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 자구안에 대해 “새로운 내용이 없어서 굉장히 실망스러웠고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이날 설명회에서 태영건설의 기존 약속과 달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00억원 가운데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들어왔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자구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설명회 뒤 브리핑을 열어 “태영 측이 당초 약속한 자구 계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라며 “워크아웃의 대전제는 대주주의 충분한 자구 노력인 만큼 태영 측이 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채권단의 원만한 협조와 시장 신뢰 회복을 이끌어낼지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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