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한 태영건설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자구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데 대해 “상호 간에 신뢰가 아직은 형성이 안 된 것 같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서민금융지원 현장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워크아웃이 되려면 채권단 75%가 동의를 해야 되기 때문에 채권단의 생각이 제일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문제된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그룹이나 대주주가 진정성 있게 하는구나라는 믿음을 채권단이 가져야 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보면 자기들이 노력을 하면 채권단이 필요한 도움을 주겠구나 하는 믿음을 가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 정도는 돼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대한 합의를 빨리 이루는 게 좋다”며 “채권단과 태영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서로를 살릴 수 있는 길이냐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채권자협의회가 열리는) 1월11일까지 날짜가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양쪽이 조금 더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오는 7일 예정된 경제·금융당국 간 비공식 모임인 ‘F4 회의’에서 태영건설 관련 논의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워크아웃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법정관리로 갈 것이냐는 정부가 어떻게 하라 하지말라 할 수 없다”며 “핵심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서로가 대화를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여부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서는 “워크아웃의 속성상 밀고 당기고 할 수 있는 과정이 불가피한데 서로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 것 같다”며 “누가 옳다 그르다를 갖고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제2의 태영건설로 롯데건설 등의 유동성 위기론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롯데건설은 이미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지난해부터 굉장히 유동성을 확보해 놓았고 롯데와 태영은 건설사 성격도 좀 다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걱정되는 것은 팩트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지라시든 뭐든 간에 문제가 있다고 그래서 대출 회수하고 만기 연장 안 해주는 사이클로 가면 사실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은 별로 없다”며 “불안 심리를 차단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정말 롯데건설까지 문제가 될지에 대해서 저는 그렇게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롯데를 좀 믿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 듣고 언론이 좀 방향을 더 정확하게 잡아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 불가피한 연체이력이 남은 차주의 연체정보를 삭제해 주는 ‘신용사면’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바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에 이어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정직하게 일했던 사람도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는 것은 국민들이 다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대책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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