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80층에서 탈출하고 싶었는데 오를 듯 말듯 잘 안 오르네요.”
국내 증시에서 국민주를 꼽으라면 단연 ‘삼성전자’다. 소액주주 수 566만8319명(지난해 2분기 기준), 부동의 시가총액 1위(457조2853억원) 종목인 원조 국민주 삼성전자가 ‘8만전자’ 고지를 넘어 ’10만전자’에 도달할 수 있을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2차전지 열풍과 6만원 대 후반에서 7만원대 초반 박스권에서 맴도는 주가로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14만5000여명 줄었지만, 개미들의 명실상부한 ‘최애’ 종목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과 같은 7만6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월2일 5만5500원이었던 주가는 12월 중순부터 연일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며 1년새 7만8500원까지 회복했다.
주가는 이달 3일 7만9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8만전자’ 코 앞까지 왔다. 주가가 8만원을 돌파한 건 2021년 12월28일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과도했다는 평가 속 뉴욕 증시에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급락하자 주가는 7만6000원대까지 후퇴했다. 새해 4거래일 동안 개인투자자와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3126억원, 2196억원 순매수했고, 기관은 5291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3년 만에 8만전자에서 원금회복과 차익실현을 꿈꿨던 삼전 주주들은 주가가 조정을 받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온라인 주식 종목 토론방에는 ’80층에서 탈출하나 싶었는데 잠시 행복한 꿈을 꾸었습니다’, ‘오를 듯 말듯 쭉쭉 올랐으면 좋겠네요’, ‘7만8000원일 때 매도 할걸 후회되네요’, ‘7만9500원에 샀는데 언제 회수 가능할까요’, ‘길게 봐서는 우상향이다’, ‘그래도 오늘 추매했습니다’, ’10만전자 갈 때까지 인내를 갖고 기다리자’ 등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주주들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주가가 다시 7만원대 중반으로 미끄러졌지만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기대감과 온디바이스 AI 관련 수요 증가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10만원까지 줄줄이 올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 개선과 메모리 수요 확대 등이 이유다. 삼성전자는 오는 9일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나증권은 실적 상향에 상응하는 주가 움직임이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9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높였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39조7000억원으로 기존 대비 32% 상향한다”며 “디램 부문은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가 축소되기 시작했고, 올해에는 매분기 해당 흐름이 가속화될 것으로 추정한다. 낸드 부문은 지난해 4분기 예상보다 매우 강한 가격으로 인해 올해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하고 있고 고객사와 공급사 모두 재고가 줄면서 출하량이 증가해 매 분기 실적이 상승할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9만4000원에서 9만9000원으로 5.3% 상향조정했다.
DS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도 각각 9만2000원에서 9만9000원, NH투자증권 9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메리츠투자증권도 9만4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목표가를 높였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역시 갤럭시S24 엑시노스 재탑재 및 미세공정 수율 개선에 따른 수주 확대 모멘텀이 기대된다”며 “올해는 AI(인공지능)로 인한 온기 확산 및 기저효과로 인해 IT 수요가 전반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성능 D램에서의 격차 축소까지 보여줄 수 있어 삼성전자에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17일 미 캘리포니아에 생성 인공지능을 탑재한 ‘갤럭시 S24’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온디바이스AI가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PC,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며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은 12조원으로 전년 대비 27조원 손익 개선이 예상된다. 주가 상승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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