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등 변동성 확대 리스크 여전해 주의 필요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전망으로 달러가 지난해에 이어 약세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달러화 흐름이 자산별로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월가는 연말로 갈수록 미 달러화 약세 압력이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주요 투자은행(IB)들의 달러인덱스 전망치는 3월 말 104.5, 6월 말 103.7, 9월 말 102.3, 12월 말 100.7을 가리켰다.
올해 중반까지 미국의 성장 둔화가 이어지고 중반부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 뒤 연말로 갈수록 미 달러화 약세 압력이 확대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는 달러화의 가치 변동은 원유나 원자재 가격은 물론 주식 등 다양한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미 증시의 경우 달러 약세가 미국 내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투자자들에겐 호재가 될 전망이며, 달러 약세는 아시아와 유럽 등 신흥국 자금 유입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나 지정학 리스크와 같이 시장 변동성을 키울 변수들이 남아있어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미 달러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달러·美증시 ‘역의 상관관계’
지난 주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증시 투자자들이 달러 움직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이 달러 가치에 크게 좌우돼 증시 향방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환율 전문가 마크 챈들러 베넉번글로벌포렉스 최고시장전략가는 미국 기업들의 40% 정도가 해외에서 실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 가치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11월 1일부터 12월 29일까지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5% 정도 하락했고 이 때 미 증시는 수 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연고점 부근까지 치솟았다.
기술분석업체 올스타차트닷컴 리서치 담당이사 스티브 스트라차는 “달러가 약세일 때 리스크 자산에는 순풍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인덱스가 2020년 3월 20일 정점을 찍은 뒤 연준이 특별 부양책을 발표했고, 이후 달러는 하락과 동시에 증시 불마켓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그는 달러 인덱스 움직임이 크지 않을 때 증시 역시 횡보할 수 있다면서, 2022년 12월 12일부터 2023년 3월 7일까지 달러 인덱스가 0.5% 오르는 사이 S&P500지수는 보합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달러 가치와 미 증시 간 역의 상관관계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파이 투자전략대표 리즈 영은 달러 움직임의 배경을 잘 살펴야 한다면서, 경제가 둔화돼 달러 약세가 나타나면 이는 증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IB들 “신흥국 채권 주목”
월가 투자은행(IB)들은 대체로 달러 약세 전망과 함께 올해 신흥국 시장을 주목하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이후에는 신흥국 외국인 증권자금 유입이 강화된 바 있는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의 금리 인하와 달러 하락이 신흥 시장에 호재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네드 베이비스 리서치는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신흥국 채권 아웃퍼폼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밸류에이션 측면 등을 고려하면 미 증시에서는 달러 약세가 단기적으로 중소형주에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인베스코도 달러화 가치가 내린다는 가정 하에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을 선호한다고 밝혔고, 아문디도 연준의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 가정 하에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이 눈길을 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BCA리서치는 앞으로 몇 달 동안은 달러 약세와 글로벌 제조업 경기 사이클 안정화로 인해 원유 및 산업금속 가격이 소폭 상승할 것이란 의견을 냈다. 다만 침체가 일단 시작되면 유가나 금속 가격은 다시 아래를 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외의 영역에서 작지 않은 파급력을 지닌 꼬리위험 들이 잠재된 만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중에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결과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미국 대선이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달러 반등 가능성도 제기됐는데, 러셀 인베스트먼트는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달러의 안전 자산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UBS와 바클레이즈는 미 달러화가 주요 10개국 통화에 비해서는 성장률 격차나 금리 차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