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 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한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도 관련 상품이 출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비트코인 ETF라는 새로운 자산군인 ETF 시장에 편입된 것에 대해 환영의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의 명확한 방침이나 법적 규정이 정해지지 않아 눈치를 보고 있다.

1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법인 자회사 ‘글로벌엑스(Global X)’가 지난해 8월 미국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신청했다.

미래에셋은 비트코인 투자 간접 상품도 라인업이 구축돼 있으며 유럽과 호주 등지에서 비트코인 현물·선물 ETF가 상장돼 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이번 미국 SEC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과 관련해 미국 자회사인 글로벌엑스의 승인신청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검토 중”이라며 “호주나 유럽법인에서 비트코인 실물 ETF가 이미 출시돼 거래 중이어서 상품 기획이나 준비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1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삼성 비트코인선물액티브 ETF’를 상장했다. 이 ETF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상품에 투자해 비트코인 현물과 유사한 투자 성과를 얻도록 설계된 ETF다.

현물ETF 출시 기대감이 본격화되던 지난해 4분기부터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상장 1년여 만에 수익률 122% 기록했다. 최근 비트코인 투자가 주목받자 국내와 아시아권 투자자들에게 관심받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나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 중형사들은 현재로선 비트코인 ETF 출시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이나 정의가 규정돼 있지 않고 가격의 변동성,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 부족, 제도 미비 등으로 상품 출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ETF가 투자의 하나의 옵션으로서 역할을 분명히 할 것 같다”면서도 “현물 거래가 실제로 되려면 금융당국에서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한국거래소에서 거래가 돼야 하는데 거래가 불가해 국내에서 ETF를 상장하려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크다 보니 밸류에이션을 평가하기가 어렵다”면서 “비트코인은 실시간으로 거래되는데 ETF는 24시간 거래가 안되기 때문에 상품 출시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TF를 출시하려면 한국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신청하고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을 ETF의 기초 자산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자본법은 ETF의 기초자산을 법으로 정하고 있는데 가상자산이 증권인지, 금융자산인지, 파생상품인지 정해져 있지 않다”며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데 비트코인이나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이 정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법적인 결격 사유가 걸림돌이 된다면 법 제정이 먼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상장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국 SEC에서 승인했다고 해서 우리의 입장이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려면 우리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을 하려면 그만한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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