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우연수 기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가 캐나다, 유럽에 이어 미국에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쉽지 않을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법 위반 소지를 이유로 국내 증권사의 중개를 막으면서다.
이 같은 당국의 판단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법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의 책임 소재가 명확한 ETF는 가상자산 직접 투자와 달리 제도권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과, 국내 법이 가상자산을 ETF의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당국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단 시각이 충돌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 11일 미국에 신규 상장한 비트코인 현물 ETF 11종의 중개 개시를 금융당국 방침에 맞춰 잠정 보류했다.
앞서 11일 금융위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증권사들은 당국이 문제 삼은 미국 현물 ETF들뿐 아니라 기존에 거래하고 있던 해외 상장 비트코인 ETF 전체에 대해서도 중개를 중단하는 분위기다.
이미 KB증권이 기존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선물 ETF 23개의 신규 매수를 모두 중단시켰으며 미래에셋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도 선물 ETF의 중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시가에 맞춰 실시간으로 매입한다는 점에서 선물 ETF와 차이가 있다.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들에 제동을 건 것은 법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ETF의 기초자산으로 열거돼있지 않다. 아직 가상자산이 증권인지, 금융자산인지, 파생상품인지 등에 대한 아무 규정조차 없기 때문에 ETF의 기초자산으로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당국은 국내 ETF 상장은 물론 해외 상장 ETF들에 대한 증권사들의 중개까지 막고 나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거래가 됐을 때 문제점이 나타날 수도 있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대비도 돼있지 않아 당국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올해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고 가상자산법이 제정된 이후에야 ETF 거래가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가상자산의 법적 모호성을 해소한 뒤에야 추가 논의가 가능하단 것이다. 이 경우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의 판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금융위가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카카오뱅크 대표,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지낸 금융통으로 불린다.
그는 “가상자산은 증권성이 없지만 ETF는 운용사가 만들고 증권사가 중개하는 등 법적 권리와 의무가 명확하다”며 “투자자 보호와 문제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도 비트코인에 대한 규정을 내린 게 아니고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 것”이라며 “금융위가 검토하고 있다고 했는데 검토하고 나면 이 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이미 캐나다, 유럽 등 각지에서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고 있었던 만큼 업계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에서 상장하는 것도 아니고 해외 상장 ETF를 중개하는 것에 제동을 걸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당국의 엄포에 증권사들은 이번에 SEC에서 승인된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뿐 아니라 해외 상장됐던 현물 ETF들의 매수도 막은 상태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의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다”며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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