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지난해부터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내외 경기 위축,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수요 위축 등으로 거래량이 급감하고 집값 통계도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상황.
주택시장의 ‘상저하고’가 전망되는 가운데 신생아특례대출 시행, 하반기 금리인하 등이 집값 향방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27일부터 7주 연속, 서울은 지난해 12월4일부터 6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에서는 8일 기준 25개 자치구가 모두 하락세였고, 경기·인천에서는 과천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약세다.
서울 주요 아파트 실거래 가격도 내려가는 추세다. 지난해 거래량이 폭발하며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송파구 잠실동 주요 단지에서는 1억~2억씩 떨어진 가격이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잠실엘스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0월6일 24억5000만원(20층), 같은 달 30일 24억4000만원(9층)에 거래됐는데 이달 6일 22억4000만원(6층)으로 약 2억원 떨어졌다.
중저가 밀집지역에서는 하락폭이 더 크다.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말 대비 2023년 아파트값 변동률은 -2.95%를 기록했는데, 서울에서는 ▲도봉(-8.95%) ▲관악(-8.56%) ▲강북(-7.58%) ▲구로(-7.33%) ▲노원(-6.98%) 등 동북권과 서남권에서 낙폭이 두드러졌다.
업계에서는 상반기까지 주택시장이 바닥을 다지다 하반기 들어 가격이 상승 혹은 약보합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래량 감소는 가격 하락을 예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며 “거래절벽은 수요자들의 심리가 바닥이라는 방증인데, 시장 추세를 고려할 때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바닥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점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상저하고를 전망한다. 금리와 물가 수준이 높은데 대출은 옥죄는 분위기여서 구매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는 물가가 잡히고 경기가 원만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만큼 구매력이 회복되는 시점은 금리가 인하하는 시점과 맞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상반기도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고 하반기에는 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본다”며 “금리가 높은 상태인데 미국이 금리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집값에 반영이 깊이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달부터 시행되는 신생아특례대출은 대출 대상이 신생아가 있는 가정에 그치기 때문에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황 연구원은 “대출 대상이 한정적인 만큼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여 수석연구원은 “9억 이하 주택에 대해 간간히 급매물이 소진되는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재건축 규제완화와 소형주택(비아파트) 세제 및 금융지원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시장이 지나치게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재건축은 투자성 자산이라 현재와 같은 집값 하락기 때 가격이 오르기 어렵고, 아파트 선호현상이 워낙 강하다보니 비아파트에 대한 혜택이 있더라도 수요가 급증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여 수석연구원은 “재건축은 분담금이 예전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매수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텐데, 사업성이 높은 곳에서는 속도가 날 수 있을 것”이라며 “(1.10 대책은)한동안 가격에 대한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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