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ETF는 되고, 현물 ETF는 안 된다”
“현물 ETF는 시세 조종·변동성 리스크 커”
“코인과 자본시장과의 연계성 강화 우려”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이후 후폭풍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 거래가 가능하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중개는 금지하면서 논란이 가중됐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미국조차 비트코인에 대해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크다고 경계한 가운데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2021년 10월 비트코인 선물 ETF를 승인했던 건 현물 ETF에 비해 가격 조작이나 변동성 리스크가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비트코인 선물계약이 기초자산인 선물 ETF는 만기 롤오버 등 관리가 복잡한 편이다. 비트코인 현물을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결제 사고나 현물 거래소 파산, 해킹 등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있다.
미 SEC도 시세 조종 혹은 현물 ETF 추종지수 조작 우려 등을 이유로 현물 ETF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법원 판결로 마지 못해 지난 10일(현지시간) 승인하게 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SEC는 위험자산인 가상자산을 인정하는 게 아니라고 단서를 달기도 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문에서 “금속 등 일반상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기초자산과 달리 비트코인은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크며 많은 불법행위에 이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금융당국은 미국에서 현물 ETF가 승인된 것보다 성명문을 눈여겨 보고 있다. 비트코인 ETF 도입과 관련해 가상자산과 자본시장의 연계성이 강화되는 걸 제일 우려하고 있어서다.
한 당국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비트코인 거래 절반이 원화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이 우리나라에서 생긴 일이라면 미국처럼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산(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이 있는 것처럼 금가(금융자본과 가상자산) 분리도 필요하다”며 “가상자산 등락폭이 엄청 커서 금융회사의 자산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는데 그런 측면에서 금융과 가상자산의 정책 분리는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실물 거래가 가능하다고 해서 현물 ETF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게 당국 시각이다. 비트코인 실물 거래가 이뤄질 당시 이를 규율하는 법은 따로 없었지만 ETF는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다.
부담해야 할 세금이 적지 않다는 측면에서도 개인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인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하면 매매차익에 대해 연 250만원을 기본 공제한 뒤 양도소득세 22%를 부담해야 한다.
다만 이와 별개로 당국이 캐나다, 독일 등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는 막지 않다가 이번 미국 승인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막은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외 상장 ETF를 국내에서 중개할 때 신고나 허가가 필요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당국에서 사전점검하지 않는 이상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논란은 비교적 주목도가 떨어졌던 비트코인 선물 ETF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날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한 비트코인 선물 ETF가 상장 1년 만에 4배 커졌다고 홍보했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250만달러 수준이었던 이 ETF의 순자산(AUM)은 현재 1040만달러로 불어난 상태다. 미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효과로 실물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뛰면서 상장 1년 만에 117%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lverline@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