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동향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글로벌 대형 금융사 수장들의 전망이 엇갈렸다. 무가치를 내세우며 애완용 돌이라 비유한 JP모건과 차세대 자산이자 디지털 금이라 확신한 블랙록 등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나아가 이를 토대로 금융사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지원 여부도 갈려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월가 황제이자 JP모건 최고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먼은 17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비트코인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재차 드러냈다.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가 월가에 데뷔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무가치론’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그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펫 록(Pet Rock)’에 비유하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엮이질 않길 바란다. 비트코인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펫 록은 지난 1975년 미국에서 반짝 유행했던 상품으로, 선물상자에 담긴 ‘애완용 돌’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수차례 지적한 비트코인의 악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이먼 CEO는 “매년 1000억달러(134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자금이 사기, 탈세, 성매매 등 범죄에 악용된다”며 “비트코인과 달리 실제로 기능을 갖춘 가상자산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강도높은 일갈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의견과 팽팽히 대립된다. 특히 3년 전 JP모건과 동일한 주장을 펼쳤다가 최근 들어 입장을 뒤집어 눈길을 끈다.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13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은 약 3년 전”이라며 “원래는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과 같이 비트코인을 불법 활동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생각을 바꾸게 됐다. 비트코인에는 많은 기회와 토론 그리고 가치가 있다”며 “만약 미래와 정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정부가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비트코인은 장기적 잠재력을 가진 가치 저장 수단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비트코인의 존재 당위성을 나타내는 ‘디지털 금’ 이론으로 이어진다. 래리 CEO는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과 같다. 글로벌 차원의 원장으로 국경을 초월한다. 어떤 정부 보다도 규모가 크다”며 “현물 ETF의 출현은 비트코인의 합법성과 안전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블랙록은 이같은 기치를 토대로 지난 11일(현지시간) 자사 비트코인 현물 ETF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종목코드 IBIT)를 출시했다. IBIT는 출시 이후 3일 동안 순유입 4억9700만 달러(6672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에 JP모건 주장에 동조하며 블랙록과 엇갈린 행보를 보인 운용사들도 나온다. 블랙록 라이벌이자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가 대표적이다. 뱅가드는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를 비롯한 가상자산 관련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뱅가드 관계자는 “가상자산은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내재된 경제적 가치가 부족하고 현금 흐름을 창출하지 못한다”며 “가상자산의 높은 변동성은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우리의 기업 목표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뱅가드 외에도 스테이트스트리트, 찰스 슈왑 등 대형 펀드사는 여전히 비트코인 현물 ETF 경쟁에 불참 중이다. 이들 기업은 전세계 ETF 자산 기준 상위 5개 발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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