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최고가 40억원에서 35억원으로 떨어졌어요. 워낙 고가 지역인 데다 집값이 더 떨어질 거란 전망이 많아지면서 거래도 거의 없어졌어요. 지금 급매물이 한 달에 서너건 씩 나오고 있네요.”(강남구 압구정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 16일 오후 방문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그곳에서 공인중개사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영향으로 수요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집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는 7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하락했다.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가 속한 동남권 낙폭은 0.05%에서 0.06%로 확대됐다. 특히 송파구의 하락률은 0.13%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2월23일 23억4000만원(14층)에 거래됐는데 이달 6일 22억4000만원(6층)으로 1억원 떨어졌다. 리센츠 전용면적 84㎡ 가격도 지난해 10월24일 25억9000만원(26층)이었지만 이달 5일 22억2500만원(25층)으로 3억원 이상 하락했다.
아파트 하락 거래가 이어지며 강남3구 매매 거래량도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각각 ▲198건 ▲140건 ▲116건 ▲86건 등으로 줄었다. 서초구의 경우 각각 ▲144건 ▲88건 ▲73건 ▲58건 등의 흐름을 보였다. 송파구도 ▲258건 ▲144건 ▲105건 ▲130건 등 전반적으로 줄었다.
압구정도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압구정동 현대3차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다”며 “작년 말에는 33평형이 40억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었는데 최근 많이 내려 33억5000억원 급매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시장에 거래 침체가 이어지며 집값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본인의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주택 시장이 본격적인 조정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라며 “일단 상승세가 한 번 꺾였기 때문에 하락 추세는 다소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0일 재건축 규제완화와 소형주택(비아파트) 세제와 금융지원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시장이 과도하게 경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하지만 강남3구 등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이 체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규제가 완화됐다고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결국엔 사업성이 중요한데 사업성이 떨어지면 규제를 풀어도 진행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건축이 메리트를 보기 위해선 구축 가격이 올라야한다”며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구축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재건축이 진행되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또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조합설립 인가가 나고 재건축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재건축이 되는 시기는 1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공인중개사 역시 “정부 1·10 대책을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부터 풀려야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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