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비트코인이 낙폭을 확대하며 5400만원대로 내려왔다. 5400만원대는 지난달 3일 이후 51일만이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이후 7주 만에 최저치로 뚝 떨어진 셈이다. 일각에선 최악의 경우 4000만원대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한때 5% 급락하며 5400만원대 거래됐다. 현물 ETF 출시 직후 올라섰던 6600만원대에서 18% 빠진 수치다.
◆코인러 ‘으악’…”4800만원까지 빠질 수도”
비트코인의 가파른 추락은 현물 ETF발(發) 매도 압력 탓이다. 적어도 단기 투자자에게는 현물 ETF 출시가 호재가 아닌 악재인 꼴이다.
실제로 이번 악재 근원지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펀드(GBTC)에서는 이달 들어 비트코인 7만여개(4조2000억원 규모)가 빠져나갔다. GBTC가 보유 중인 전체 비트코인 물량(62만개) 중 9분의 1이 2주도 안 돼 시장에 풀린 셈이다. 그야말로 ‘매도 폭탄’이다.
문제는 추가 유출이다. 유출이 잠잠해지기보다는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전날 X를 통해 “그레이스케일 GBTC 장부상 비트코인 보유량은 56.6만개로 감소했다. 현재 GBTC 월렛 보유량(55.1만)개보다 1.5만개의 갭(차이)이 있다”며 “이 데이터에 따르면 GBTC 장부에서는 추가적 자금 유출을 예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오랫동안 거래가 멈춰있던 휴면 비트코인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들이 장외거래(OTC) 등을 통해 유통된다면 향후 낙폭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주 대표는 “오래된 비트코인이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가 장기 휴면 상태였던 월렛을 활성화, 장외거래를 통해 비트코인을 시장에 풀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단기 조정에 따라 4800만원까지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 대비 11% 떨어진 수치다.
크레이지블록 크립토퀀트 분석가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실현 손익을 추적하는 ‘단기 보유자 수익성’ 지표를 보면 단기 보유자의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며 “일반적으로 가격 변동에 민감한 단기 보유자의 수익이 크게 감소하며 매도 압력 또는 유동성 회수에 대한 강한 근거를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상황을 볼 때 가격 조정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비트코인에 대한 약세 심리를 고려할 때 조정 시 주요 지지선으로 유력한 가격대는 3만6000달러~3만8000달러(4804만원~5071만원)”라고 판단했다.
가상자산 전문업체 페어리드의 짐 스톡턴 전략가 역시 “비트코인 4만달러가 무너졌지만, 조정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며 “3만6000달러가 주요 지지선”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악의 경우 3만달러(4000만원)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17일(현지시간) 핀볼드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가 오픈AI 대항마로 출시한 인공지능(AI) 챗봇 ‘그록’은 “비트코인 가격은 규제 불확실성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약세가 지속된다면 2024년 말까지 3만달러에서 4만달러 사이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반감기…”내년에는 2억 가능”
다만 오는 4월 22일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가 이런 약세를 반전시킬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과거 비트코인은 4년마다 다가오는 반감기에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의 앤서니 스카라무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로이터 글로벌 마켓 포럼’에서 “4월 반감기 당일 가격이 얼마든, 향후 18개월 내 4를 곱한 가격에 도달할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반감기 시점에 대략 4만5000달러(6000만원)라면 내년 중후반에는 17만달러(2억2676만원)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벤자민 코웬 가상자산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주요 가상자산은 비트코인 반감기가 속한 해의 첫 두 달 동안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난 세 번의 반감기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며 “이번 비트코인 반감기 전에도 강세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비트코인은 최근 반감기였던 지난 2020년 5월 가장 극적인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8500달러대(1133만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반감기 적용 이후 11개월 동안 우상향하며 2021년 4월 6만4700달러(8630만원)를 달성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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