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양자대결서 헤일리 누르고 2연승…대세론 굳히기 나서
바이든, 후보등록도 안한 비공식 경선서 압도적 승리로 ‘순항’
공화·민주, 후보 확정 빨라질듯…4년만에 공수 바뀐 재대결 확실시
(맨체스터[미 뉴햄프셔주]·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조준형 김경희 특파원 = 미국은 물론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11월5일)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로 치러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2번째 대선 후보 경선인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 아이오와주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비공식 경선’으로 치러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압도적인 우위로 승리하면서 재선 도전의 첫발을 순조롭게 내디뎠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공화당 경선에서 87%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54.5%,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43.6%를 각각 득표했다.
AP와 CNN, ABC, CBS, NBC 등 주요 미국 언론들은 개표 초반 잇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개표가 진행 중인 와중에 연설에 나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축하한 뒤 경선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면서 후보에서 사퇴하지 않고 계속 경선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이번 공화당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배정된 대의원 수는 22명으로 전체(2천429명)의 0.9%에 불과하지만 트럼프-헤일리 양자 구도로 공화당 경선판이 압축된 뒤 처음 치러진 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트럼프 후보가 첫 번째 경선인 15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51% 득표로 승리한 이후, 경선 후보였던 사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공화당 경선구도는 양자대결로 재편됐다.
트럼프 후보가 이번 경선에서도 승리함에 따라 2연승으로 대세론을 더욱 굳히게 됐다.
경선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헤일리 후보는 2월 24일 자신이 주지사를 지낸 정치적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대의원 50명)에서 배수진을 치고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마저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경우 헤일리 후보의 경선 중도하차 여부와 관계없이 공화당 경선은 사실상 트럼프 후보의 ‘1인 레이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후보는 다만 현재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등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상황이어서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사법 리스크’가 계속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후보는 이날 저녁 개표 초반 승리가 유력해지자 뉴햄프셔 내슈아에 마련된 선거본부에서 승리 연설을 하면서 “멋진 저녁”이라며 자축했다.
그는 동시에 헤일리 후보가 자신에 패했음에도 후보에서 물러나지 않고 마치 승리한 것처럼 연설했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지난 3개월간 부패한 조 바이든(대통령)에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승리했으나 그녀는 이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선거인단 배정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비공식 경선’으로 치러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44% 개표 상황에서 67.2%의 득표율로 2위 딘 필립스(19.1%) 하원의원(미네소타)에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CNN 방송은 이날 경선 투표 종료 직후 자체 예측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뉴햄프셔 민주당 프라이머리 수기식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내달 3일 예정된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첫 공식 경선지로 선정했음에도, ‘전국 첫 프라이머리 개최’를 주(州)법으로 못 박은 뉴햄프셔주가 이에 반기를 들고 23일 경선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들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 이름을 투표 용지에 직접 적어넣는 방식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투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뉴햄프셔주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지지자들이 수기 투표로 표를 몰아준 데 대해 “오늘 저녁 내 이름을 써 준 모두에게 감사한다”며 “이는 민주적 절차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 역사적 장면”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는 것이 이제 분명하다”고 평가한 뒤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는 것이 나의 메시지”라며 자신의 대선 상대로 한층 더 유력해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력 견제했다.
양당은 주별로 경선을 마친 뒤 공화당은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민주당은 8월 19∼22일 시카고에서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후보를 공식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 우위로 대세를 굳혀감에 따라 양당은 당초 예상보다 조기에 사실상 두 사람을 각각 자당의 대선후보로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올해 11월 대선 리턴매치가 조기에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동시에 양당은 사실상 본선 대결구도로 전환해 본격적인 선거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민주주의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한편, 민주당의 득표 이슈인 ‘낙태 권리’를 강조하며 본격 세몰이에 나설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남부 국경을 통한 대규모 불법 이민자 유입 문제와 인플레이션, 친환경 중심의 에너지 정책 등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며 남부 국경 봉쇄, 외교·무역에서의 ‘미국 우선주의’ 강화 등 기존 핵심 공약 홍보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는 당시 야당인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인단수 306대 232로 현직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 승리했다.
전국 득표율은 51.3% 대 46.9%로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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