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거래·채굴 금지에도 승인 얻은 홍콩 통해 거래
시장 급성장세…금융업체도 홍콩 자회사 통해 사업 모색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금융업체의 임원인 딜런 런은 1년 전 약간의 돈을 가상화폐로 옮기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제와 주식시장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2021년부터 가상화폐의 거래와 채굴이 금지된 만큼, 런은 지역의 소형 은행에서 발급된 은행 카드를 이용, 그레이마켓(일반시장과 암시장의 중간 형태)의 중개업자를 통해 가상화폐를 구입했다.
당국의 조사를 피하기 위해 거래당 한도를 5만위안(932만원)으로 했다.
그는 현재 약 100만위안(1억9천만원)의 가상화폐를 소유하고 있고, 이는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차지한다. 반면, 보유한 중국 주식은 40%에 그친다.
투자 이후 가상화폐는 45% 올랐지만, 중국 주식시장은 3년 동안 하락세다.
런은 “비트코인은 금처럼 안전한 피난처”라고 주장했다.
런처럼 주식시장에서 손실을 본 중국인들이 점점 더 금지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이들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국 내 주식과 부동산 시장보다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더 안전하다고 보면서 이들 자산을 소유하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회색지대에서 활동한다. 중국 본토에서는 가상화폐가 금지되고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도 엄격히 통제되고 있지만, 바이낸스나 OKX 같은 가상화폐 거래소나 기타 장외 채널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다.
이들은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해외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도 있다.
특히 홍콩이 지난해 디지털 자산을 공개적으로 승인한 이후 중국인들은 연간 5만달러(6천700만원)의 외환 구매 한도를 활용, 홍콩 내 가상화폐 계좌로 자금을 이체한다. 중국 규정에 따르면 이 돈은 해외여행이나 교육과 같은 목적으로만 이용될 수 있다.
증권회사를 비롯한 중국 금융업체들도 홍콩에서 가상화폐 관련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홍콩에 본부를 둔 가상화폐 거래소의 한 임원은 로이터에 “주식 시장 부진, 기업공개(IPO) 수요 약세, 다른 사업들의 위축 등을 겪는 중국의 증권사라면 주주와 이사회에 전달할 성장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유 은행인 중국은행(BOC)을 비롯해 최대 자산운용사 화샤기금(ChinaAMC), 하비스트 (Harvest) 펀드 매니지먼트의 홍콩 자회사들 모두 디지털 자산을 다루는 영역에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가상화폐 데이터 플랫폼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중국 내 가상화폐 관련 활동이 활발해졌으며 P2P(개인 간 거래) 규모 측면에서 중국의 글로벌 순위는 2022년 144위에서 2023년 13위로 뛰어올랐다.
중국 가상화폐 시장은 당국의 금지에도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년 간 거래 규모(raw transaction volume)가 약 864억달러(115조5천억원)를 기록해 홍콩의 640억달러(85조5천억원)를 압도한다는 게 체이널리시스의 설명이다.
또한 1만~100만달러(1천330만~13억3천만원)의 소매 거래 비율은 전 세계 평균 3.6%의 거의 배에 달한다.
주식 애널리스트 찰리 웡은 로이터에 중국 관리들이 비트코인의 파괴적인 면뿐 아니라 엄청난 잠재력을 모두 인식하고 있고, 싱가포르와 뉴욕 같은 금융 중심지에서 호황을 누리는 가상화폐 사업의 발판을 유지하기 위해 홍콩 내 가상화폐 거래도 지지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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