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 2기 집권실세 및 정책기조 파악에 분주
“한미일 당국자, 3국 안보협력 뒤집지 못하게 움직이는 중”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2.0’ 시대의 현실화에 대비한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집권 1기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슬로건 하에 동맹과 안보, 무역, 이민 등 문제에서 전방위적으로 일으킨 격변에 대해 이번에는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변하지 않은 트럼프 “미국이 고통받아, 우리부터 도와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자신의 1기 집권 당시 성과를 홍보하며 2기 집권 시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19일 뉴햄프셔주 유세에서는 “우리도 가능하면 세계를 돕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나라는 끔찍한 고통에 빠져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먼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나 역시 돕고 싶지만 문제는 애초에 일어나선 안 되는 전쟁이었다는 것”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었으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경고를 듣고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국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상의 없이 푸틴 대통령과 협상을 타결할까 두렵다”고 반발했다.
이뿐 아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스스로 붙인 별명인 ‘관세맨’을 다시 들고나와 재집권 시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수입 규제 강화 등을 공약했다. 유럽에 대해선 국방비 지출을 아끼고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다고, 대만에 대해선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다고 비난했다.
◇ 물밑 대책 마련 ‘잰걸음’…국방비 증액 홍보도
트럼프 집권 1기의 ‘데자뷰’와 같은 이런 장면에 각국 정상들의 불안과 긴장도 커지고 있으며, 물밑에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관심사는 누가 트럼프 집권 2기의 실세 그룹에 포함될지, 이들의 정책 아이디어가 어떤 것인지 등이다.
주요국 정상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시하는 국방비 증액에 대해서도 자국의 노력과 성과를 알리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한 공개적 발언을 삼가는 분위기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호주와 미국 관계는 단순히 개인이나 지도자 간 관계가 아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나는 프랑스 국민과 국익을 위해 누구와도 대화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말했다.
◇ 아시아 동맹 안보 ‘빨간불’…대만 포기시 일본도 충격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안보 공백 우려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지난해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일본은 관계 개선을 약속했고 북한의 도발에 미국과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호주에도 핵추진 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만에 대해선 중국의 침공 시 미국이 방어를 도울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이들 모든 약속과 합의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한미 관계가 급변할 것”이라며 “그래서 당국자들이 한미일 3국 협력 체제를 뒤집기 어렵게 만들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만 ‘포기’가 일본에도 대형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시마다 하루오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일본이 바이든 행정부와 협의 하에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국방비를 거의 2배로 늘린 것을 언급하고, 미국의 대만 포기 시 “일본 정부는 엄청난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외 개입 없는 미국이 좋다” 환영하는 국가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반기는 국가도 없지 않다고 WSJ은 전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의 위협에 잘 대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다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위협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폴란드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해온 독일-러시아 간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의 가동을 막기 위해 처음으로 움직인 인물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대외 개입을 반기지 않는 국가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분위기다.
오프오노 오폰도 우간다 정부 대변인은 “트럼프 1기 집권 시 미국의 대외 개입은 거의 없었다”며 “우리는 그의 당선을 진심으로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다수의 범죄 혐의를 거론하면서 “이들은 미국 지도자들이 아프리카 정상을 비난하는 구실이다. 미국도 그런 지저분한 기록을 가진 인물을 뽑지 않나. 미국도 아프리카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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