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 “요즘 높은 물가에 냉장고 파먹기만 하고 있어요. 마트 가서 몇 개 사지도 않았는데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니 장보기가 무서워요. 이달 아파트 관리비도 얼마나 나올지 걱정입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정부가 성수품을 포함한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서민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과거보다 배로 오른 수준이다. 거기다 국제유가도 두 달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나온다.
2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외식물가는 최근 2년 연속 6%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2022년 전년 대비 7.7% 상승한 후 지난해 6.0%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품목별 전년 대비 증감을 보면 토핑으로 다양한 채소 등이 들어가는 피자의 물가 상승률이 11.2%로 유일하게 10%를 넘겼다. 그다음으로는 햄버거(9.8%), 김밥(8.6%)의 상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 물가의 증가폭은 전년 대비 커졌다. 2022년 3.8%에서 지난해 4.0%까지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보험서비스료(12.9%), 목욕료(12.7%), 찜질방이용료(11.7%), 운동경기관람료(10.2%), 간병도우미료(9.8%), 세탁료(9.5%) 등 생활에 밀접한 개인서비스의 비용이 10% 안팎으로 크게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해 전년보다 20.0% 오르면서 관련 항목을 집계한 지 13년 만에 역대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물가가 고공행진했던 2022년(12.6%)보다도 증가 폭이 커졌다.
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상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해 물가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중 2%대 물가 도달을 목표로,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에너지바우처 등에 10조8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물가 상승세가 지난해 12월 3.2% 오르면서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3%대 초반대로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상반기까지는 3%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반기까지 3%대에 머물다 하반기에 가서야 2%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언급한 건 원가 비용 절감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미뤘던 공공요금 인상을 피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음 달이면 유류세 인하가 만료되는 가운데, 최근 국제유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유가도 두 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77.36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국내 유가는 1월 넷째 주(21~25일)까지 16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이번 주부터는 전국 기름값 상승이 본격화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다음 달 말 유류세 인하 조치의 일몰을 앞두고 있다. 다음 달 중순께 연장 여부를 검토할 전망인데, 상반기 2%대 물가 목표를 선언한 만큼 다시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는 국제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를 인하해왔다. 이후 인하 폭을 조정하면서 지난해 1월부터 휘발유는 2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37%의 인하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후 이 조치로 다음 달까지 네 차례 추가 연장 중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수출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지만 그 훈풍이 내수와 소비로 미치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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