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지난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코인 수수료 ‘제로(0)’시대를 열었던 빗썸이 유료화 전환을 검토 중이다. 수수료 무료를 따라 유입된 신규 투자자층이 두터웠던 만큼 이들을 락인(Lock-in)할 전략도 곧바로 선보일 예정이다. 나아가 업비트만큼 불어난 몸집을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빗썸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무료로 전환한 수수료를 다시 유료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 시기는 결정된 바 없지만, 이르면 다음 달 중에도 전환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는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사실상 거래소 영업수익의 대부분인 수수료 매출이 전무한 상황에서 사업을 지속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애초에 ‘곳간 비우기’가 전략인 회사는 없다.
빗썸 관계자는 “아무래도 비용이 계속해서 나가는 출혈 경쟁이다 보니 사업을 이어가는 측면에서는 큰 부담”이라며 “수수료 무료화 이후 아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장기간 진행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빗썸이 반납한 하루 수수료 수익만 최대 84억원에 달한다. 29일 하루 거래량인 1조6864억원을 기준으로 매수·매도자에게 각각 0.25%씩 수수료를 거뒀을 때 수익을 단순 계산한 것이다. 거래량 편차를 고려하더라도 지난 3개월간 날린 수수료 수익만 해도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결실은 이뤘다. 국내 1위 업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심지어 29일 오후 한때 빗썸 일일 거래량(1조6864억원)은 업비트(1조6128억원)를 뛰어넘기도 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한 관계자는 “빗썸이 수수료 무료 정책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지난해까지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3,40%까지 오를 만큼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업비트와 점유율이 비등한 만큼 1,2위 거래소간 격차가 거의 사라진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빗썸은 고육지책으로 거둔 성과인 만큼 유료화 이후에도 경쟁력 강화에 매진할 계획이다. 기존보다 저렴한 수수료 대표적이다. 당초 빗썸 수수료는 0.25%(수수료 할인 쿠폰 적용 시 최저 0.04%)였다. 업비트 수수료는 0.05%다.
빗썸 관계자는 “끌어올린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전보다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우선 기존에 받았던 수수료보다 더 낮은 수수료를 검토 중이며, 시장 최저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고객 등급제와 투자자 보호 프로그램 등 거래소 자체가 매력을 더욱 갖출 수 있도록 혜택과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빗썸이 유료화 전환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면 올해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 성공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이정훈 전 의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받으면서 IPO 추진에 보다 더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수료 유료화로 수익성까지 정상화된다면 IPO 추진 속도가 더 붙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빗썸 운영사 빗썸코리아는 현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최초로 IPO를 준비하고 있다. 상장 목표 시점은 오는 2025년 하반기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등 상황에 맞춰 가능한 곳으로 방향을 틀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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