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약 300건 가짜뉴스 만들어…”1천명 속이면 문화상품권” 홍보
뉴스 삭제에 돈 요구도…”총선 앞두고 여론조작 불쏘시개 우려”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직장인 손모(27)씨는 얼마 전 지인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광화문광장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일어나 인명피해를 확인 중’이라는 제목의 뉴스 링크였다.
손씨는 “광화문 근처 직장에 다니는데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실제 뉴스와 비슷해 속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가 장난이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진짜인 줄 알았다”고 했다.
3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언론사의 썸네일(미리보기), 링크와 유사한 형식을 빌려 ‘가짜뉴스’를 만들어주는 사이트가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이 사이트의 가짜뉴스 생성기는 이용자가 뉴스 제목을 입력하고 ‘속보’, ‘단독’, ‘종합’ 등의 글머리를 선택한 뒤 사진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사 링크는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주소와 유사해 의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링크를 클릭하면 ‘브레이킹 뉴스 코리아'(Breaking News Korea)라는 이름으로 ‘뉴스 속보’ 이미지가 나오고 스크롤을 내려야 “당신은 낚시 뉴스에 당하셨다”는 문구가 노출된다. “너무 열받지만 나만 당할수는 없죠. 간단하게 가짜뉴스 만들어보기(클릭)”라며 사이트를 홍보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지난 29일 하루에만 280여건의 가짜뉴스가 만들어졌다.
친구에게 공유한 것으로 보이는 장난스러운 내용도 있지만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입당’이나 ‘○○○그룹 코스닥 상장’ 등의 뉴스도 앞머리에 ‘단독’을 붙이고 유포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는 뉴스도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인한 뒤 (법적대응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언론보도 형식을 한 허위 이용자 게시물의 경우 이용약관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트는 이용자가 유포하길 원하는 가짜뉴스를 영어와 일본어 등 4개 국어로 번역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클릭 수가 높은 가짜뉴스의 순위를 매겨 공개하고 1천명 이상을 속이면 문화상품권 5만원을 주겠다는 홍보도 이뤄지고 있다.
이용자가 뉴스를 삭제하려면 운영자에게 한 건당 5만원을 이체해야 한다. 24시간 안에 지우려면 1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 사이트는 “모든 기사는 여러 검색 엔진과 다른 사이트로 자동 전파된다”며 “삭제를 원하는 기사는 빠르게 처리할수록 좋다”고 홍보한다.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뉴스가 여론 왜곡에 악용되면 큰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2021년 10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 반도체 업체를 인수하라고 지시했다는 가짜뉴스가 이 사이트를 통해 만들어져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유포됐다.
문제의 업체는 주가가 가격제한폭(상한가)인 29.89%까지 치솟았으나 가짜뉴스임이 밝혀지면서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계층이나 합리적 토론의 기회가 적고 이념에 편향된 사람들에게는 이런 가짜뉴스가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시민사회의 자정 노력과 함께 법적 규제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현행법상 언론사로 오인하도록 하는 가짜뉴스 사이트에 대한 직접적 처벌 규정은 존재하지 않아 처벌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가짜뉴스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했으나 금원을 요구한다면 이 사이트에 공갈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