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의 보편 관세 부과를 언급하고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로화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 이 같은 거래에 반영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 따르면 유로/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71% 하락했다. 유로화는 이달 지난해 9월 이후 최악의 한 달을 보내고 있다. 같은 기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화 지수)는 1.98%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달러 강세 및 유로화 약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할 외교 및 무역 정책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가능성을 최근 유로화 약세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달 아이오와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 후 옵션시장에서 내년 유로 변동성 헤지 수요는 역대 최대로 늘어났다. 시장 포지셔닝과 분위기를 반영하는 지표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에 대한 선호를 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2024.01.30 mj72284@newspim.com |
통신은 최근 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나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경로보다는 새로운 지정학적 균열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확대 가능성 속에서
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글로벌 수석 FX 리서치 책임자는 “올해 달러 강세의 주요 동인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안전자산에 높은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유로/달러 환율이 현재 1.08달러 수준에서 1.05달러까지 밀릴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까지 외환시장은 연준과 ECB의 금리 인하 개시 시점에 집중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 및 무역 우선순위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0% 이상 급등했다. 공격적인 감세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대응이 이 같은 주식 강세로 이어졌다. 미 달러화는 지정학적 우려 속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중 3년래 최저치로 하락했지만, 2020년에는 사상 최고치로 랠리를 펼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1기 때와는 다른 시장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본다. 웰스파고의 에릭 넬슨 선임 매크로 전략가는 “트럼프가 다시 경기 순행적 재정 적자 확대를 추진하고 (제롬) 파월(연준 의장)을 더욱 확고한 비둘기파로 대체하려고 한다면 달러 강세 재료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직에 대한 올바른 각본은 이번엔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넬슨 전략가는 “여전히 유럽은 관세 부과의 타깃이 될 수 있다”면서 “시장은 당연히 초조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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