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연초부터 국내 자산운용사들 간의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2월은 신규 상품 출시 ‘비수기’로 꼽혔지만 올해는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의 상품이 출시되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벌써 4개의 상품을 신규 상장한 운용사도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신규 상장한 ETF 종목은 총 12개다. 지난해 1월(5개) 대비 두배가 넘고, 2월(7개) 누적 수와 같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1~2월은 상품 심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의 인사 이동으로 신규 상품 출시 ‘비수기’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ETF를 출시하려면 한국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신청하고,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기간만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이 소요된다. 연말연초에는 담당자들이 바뀌면서 승인 업무도 지연돼 상품 출시가 연중 대비 적다.
하지만 ETF 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하면서 신규 상장 종목 수도 매년 급격하게 늘고 있다. 국내 전체 ETF시장 규모는 순자산 기준 약 124조원으로 지난해 한해 동안 40조원 이상이 증가했다. 신규 상장 종목 수도 2022년 139개, 지난해 160개로 연이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도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운용사 간 ‘상품 차별화’ 경쟁도 치열하다. ETF 시장의 양대산맥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은 첫 상품으로 ‘미국’을 택했다.
지난달 1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테크TOP10 +10%프리미엄 ETF’을 신규 상장하며 올해 국내 ETF 상품 출시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TIGER 미국테크TOP10+10%프리미엄 ETF’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테크기업 상위 10종목에 투자하면서 나스닥100 옵션을 매도하는 커버드콜 전략의 월분배형 ETF다. 이 상품은 상장 이후 10여 거래일 만에 순자산이 500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날 상장한 신한자산운용의 ‘SOL 국고채30년액티브ETF’는 가장 최근 발행된 30년 만기의 국고채 3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비교지수로 하는 액티브 ETF로 순자산이 100억원에 근접한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23일 ‘한국판 TSLY’인 ‘KODEX 테슬라인컴프리미엄채권혼합액티브 ETF’를 상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 상품은 테슬라 주식 최대 30%와 국내 채권 70%로 구성해 운용되며, 테슬라 주식 중 10%는 미국에 상장된 일드맥스 테슬라 옵션 인컴 전략 ETF(TSLY)를 편입했다. 지난달 말 기준 상장 10일이 되지 않았는데 순자산이 380억원을 넘어섰다.
첫달부터 4개의 상품을 출시한 운용사도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만기자동연장 채권형 ETF인 ▲’ACE 2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 ▲’ACE 5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 ▲’ACE 8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 ETF 3종과 함께 ‘ACE KPOP포커스 ETF’를 상장하면서 화제가 됐다. ACE KPOP포커스 ETF는 에스엠, 하이브, JYP Ent,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KPOP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핵심 기업 4개사에 집중 투자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최초로 ETF를 도입한 배재규 전 삼성자산운용 운용총괄 부사장을 대표로 영입하고, ETF 이름을 기존 KINDEX에서 ACE로 변경하면서 3위인 KB자산운용과의 점유율 격차를 1년 새 4%대에서 1년만에 2%대로 좁혔다.
그외에 키움투자자산운용의 미국 원유 및 가스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KOSEF 미국원유에너지기업 ETF’와 우리자산운용의 반도체 밸류체인중 선별, 집중 투자하는 ‘WOORI 반도체밸류체인액티브 ETF’, NH-Amundi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 등도 신규 상장됐다. 이 상품은 국내 시장에 처음 출시되는 금 채굴 기업 관련 ETF다.
상품 출시 이전에 내부적인 조직 재정비, 인력 영입 등에 집중하고 있는 운용사도 있다. KB자산운용은 올해 초 5년 만에 수장을 교체했다. 김영성 신임 KB운용 대표는 취임 이후 조직개편을 진행하면서 ETF 사업을 총괄 담당자를 경쟁사인 한투운용에서 영입해 왔다. ‘배재규 사단’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한투운용의 김찬영 디지털 ETF마케팅 본부장을 신임 ETF 총괄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운용프로세스와 운용역 변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할 것”이라며 “ETF 성장을 위해 본부 간 시너지가 극대화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ETF 시장이 2030년 300조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운용사들의 점유율 경쟁이 갈수록 더 치열해 질 것”이라며 “올해도 차별화된 상품 출시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yuny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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