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부동산·증시 부진 속 ‘안전자산’ 황금에 몰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중 간에 무역·기술에 이어 투자 분야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 본토 증시에서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선강퉁·후강퉁을 통해 중국 증시에서 순 유출된 외국인 자금 규모가 145억 위안(약 2조6천89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일 전했다.
1천억 위안에 근접했던 지난해 8월보다는 나아졌지만 6개월 연속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중국 주식은 2천10억 위안(약 37조2천794억원) 규모에 이르며, 2017년 초 이후 중국 증시에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 누적 규모는 1조6천억 위안(약 296조원)가량으로 줄어들었다.
부동산 분야를 비롯한 중국 경기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 부재에 따른 실망감, 미중간 긴장 고조 등이 자본 이탈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 중국 주가지수가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할 경우 투자자가 이자를 못 받는 것은 물론 원금 손실 가능성까지 있는 이른바 ‘스노우볼’ 파생상품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 본토 증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5년 만에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CSI 300 지수는 6.29% 빠졌고,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도 각각 6.27%, 15.94% 하락했다.
이번 달 첫 거래일인 이날도 중국 본토 증시는 약세였다.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각각 전장 대비 0.64%, 0.46% 하락 마감했고 CSI 300 지수는 보합(+0.07%)이었다.
이날 리셴중 중국 재정부 국고국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국채 발행 계획에 대해 “필요한 지출 강도를 보장하기 위한 지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부양 의지를 밝혔다.
본토 지수는 이날 하락 출발 후 리 국장의 발언과 차이신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발표 속에 상승 전환했지만, 오후 들어 다시 흘러내렸다.
한국 코스피(+1.82%)와 대만 자취안지수(+0.44%)는 오른 반면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0.76%)와 호주 S&P/ASX 200지수(-1.20%)는 내리는 등 이날 주가 흐름은 시장별로 엇갈렸다.
한국시간 오후 4시 9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전장 대비 0.36%,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0.39% 오른 채 거래되고 있다.
4% 위에 머물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3.91%로 떨어졌다가 3.94%로 올라온 상태다.
로이터통신은 미 국채 금리 하락과 관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지는 만큼 일단 시작되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과 관련 있다고 봤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진정되면 실질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 지역은행들에 대한 우려도 채권 수요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혔다.
세계황금협회(WGC)는 금 수요 동향 보고서를 통해 작년 중국의 금 투자 및 장신구 수요가 세계적으로 두드러졌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골드바·주화 등 중국의 투자용 금 수요는 지난해 28% 늘어난 280t, 장신구류 금 수요는 10% 증가한 630t이었다는 것이다.
금값은 지난해 고공 행진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각국 중앙은행들의 수요와 함께 중국 측 수요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의 수요가 금값 상승 요인 분석 시 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