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성 재판 ‘테라 프로젝트’ 개발팀장 증인신문
“테라 코인 직접결제, 금융규제상 불가능 인지”
“권도형·신현성도 인지했을 것…직원들도 상심”
檢, 사업 실현 불가능성 인지하고도 허위 홍보
신현성 측 “증인, 반대신문서 답변 번복해”
“증인, 검찰이 주는 한정적 자료로 추측성 답변”
“‘권·신은 테라 활용 결제 불가능 몰랐다’ 답해”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재판에서 핵심 기술을 개발한 직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테라·루나 프로젝트가 금융규제상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권도형 테라폼랩스 창업자가 인지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신 전 대표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이 이뤄진 당시 증인이 기존 답변을 번복했다며 “(증인이) ‘권 대표와 신 전 대표는 테라 활용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돼 있는 검찰 조서상 진술은 사실과 다르다. 나는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기억난다’고 답했다”고 반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장성훈)는 5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신 전 대표 등 8명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테라폼랩스 관계사인 가즈아랩스(현 커널랩스) 소속 개발팀장 이모씨에 대한 첫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이씨는 2018년 3월부터 2019년 5월까지 가즈아랩스에서 근무하면서 ‘테라 프로젝트’의 데모 버전을 개발한 인물이다.
테라 프로젝트는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기존 자산가치에 고정된 코인)인 테라를 간편결제시스템인 ‘차이페이’를 통해 실물 화폐처럼 사용하면, 테라에 연동된 루나 코인의 가치가 상승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씨는 재판에 출석해 가즈아랩스 근무 당시 테라 프로젝트가 금융규제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권 대표를 통해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테라가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부분에 대해서 규제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냐’는 검찰 측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금융규제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이씨는 “권도형을 통해서 그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이 ‘금융규제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어떤 내용이냐’고 묻자 이씨는 “법률상 코인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코인의 ‘코’자만 들어가도 금융감독원에서 모든 것이 정지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규제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직원들 사이에 퍼져있었냐’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권 대표와 신 전 대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이씨는 테라 프로젝트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자 직원들이 모두 상심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그는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직원들은 상심했다”며 “테라·루나 모델상 거래가 이뤄져야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인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니까 모든 게 어그러지는 게 아니냐는 생각에 많이들 다운됐다”고 증언했다.
다만 ‘테라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 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홍보도 진행한 게 맞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투자유치 자체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신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이씨가 주신문 이후 열린 반대신문에서 답변을 번복했다며 ‘(이씨가) 코인 결재가 현재 환경상 어려움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금감원 부분은 들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반론했다.
권 대표와 신 전 대표가 코인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알았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고 이씨가 검찰 조사에서도 그렇게 진술하지도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변호인은 “(이씨가) 금감원으로부터 블록체인이 안 된다고 듣고 확실하게 불가능하다고 알게 됐다고 주신문에서 답변했으나 반대신문에서 ‘잘못 답변했다. 그 부분은 못 들은 거 같다. 결제 쪽에 코인이 관여되면 사업이 진행되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얘기를 권도형으로부터 들은 것 같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또 “‘테라에서 속이기 위해 꾸미고 있다고 생각한 적 있는지’라는 질문에 (이씨는) ‘없다’고 답변했고, ‘만일 피고인들이 사기의 목적으로 가짜 거래 등 구조를 만드려고 한 것이었다면 이런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라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고도 말했다.
이어 “(이씨가) ‘자기는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 검찰이 주는 한정적인 자료만을 기준으로 추측성 대답을 많이 했다. 오늘 재판에서 나온 자료들을 그때 봤다면 검잘에서 그렇게 진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고도 변호인은 밝혔다.
신 전 대표 등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테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것처럼 허위 홍보, 거래 조작을 통해 루나·테라 코인이 판매·거래되도록 해 약 4629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취득하고 약 3769억원을 상습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신 전 대표와 권 대표 등이 테라 프로젝트가 테라를 통해 직접결제를 할 경우 실현 불가능한 사업임을 인지하고, 차이코퍼레이션을 설립해 차이페이를 만들어 블록체인과 무관한 사업인 것처럼 언론 등을 통해 허위로 홍보 및 공시하면서 투자자들을 기망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신 전 대표 등은 루나 코인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사기적부정거래, 공모규제 위반, 무인가영업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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