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시중은행 임직원의 60%가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의무 자격증으로 고위험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아도 고객에게 가입을 권유해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은행별 현황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파생상품 투자권유자문 인력(파생상품 투권인)’ 자격증을 보유한 임직원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총 4만2831명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총 임직원 수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약 7만3000명 규모다. 이 중 파생상품 투권인 자격증 보유자는 59% 비중으로 10명 중 6명꼴이다.
은행원이 파생상품을 취급하려면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하는 이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 은행들은 ▲승진 심사 시 가점 부여 ▲영업점 직원의 필수자격증 권장(승진 준필수 자격증 운용) ▲책임자 승진자격 이수포인트 충족 등으로 자격증 취득을 의무화하고 있다.
은행별 자격증 보유자는 국민은행 1만616명, 농협은행 8973명, 신한은행 8673명, 하나은행 7383명, 우리은행 7186명, SC제일은행 1039명 등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사실상 의무 자격증으로 취득이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라고 모두 파생상품 이해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자격증 취득 이후에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주관하는 보수교육을 1년에 6시간만 이수하면 된다. 이마저 2022년 전까지는 2년마다 10시간에서 지난해부터 변경된 것이다. 실시간으로 급변하는 대내외 금융환경에서 ELS와 같은 고위험·고난도 파생상품을 다루는 데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수교육의 주요 내용은 투자권유자문인력 관련 법규, 직무윤리와 컴플라이언스, 금융상품 동향, 금리 변동의 자본시장 파급효과, 금융투자소득 세제, 파생상품 리스크 관리 등을 망라한다. 파생상품 리스크 관리 하나만으로도 철저한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방대한 내용을 1년에 5~6시간 교육받고 상품을 판매해온 것이다.
5대 시중은행이 2021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올린 ELS 판매 수수료 이익은 7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현 지수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손실이 5조~6조원대 규모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신한·하나·농협 등 4개 시중은행과 외국계 SC제일은행 등 5개사의 홍콩 ELS 만기 도래 원금은 이달 초 7358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국민과 SC제일은 1월31일, 신한·하나·농협은 2월1일 기준이다. 이 중 3439억원이 상환됐고, 391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확정 손실률은 평균 53%를 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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