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트럼프 행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뉴욕증시는 강하게 상승했다.
이미 예고된 악재인 데다 초기 관세율이 10%로 당초 예상치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내년 관세가 25%로 인상될 예정이지만 투자자들은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중심으로 한 뉴욕의 금융가 [사진=블룸버그] |
중국이 이에 상응하는 보복에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사실도 주가 반등에 무게를 실었다. 일부에서는 실탄을 소진한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과 타협에 나설 가능성을 제시했다.
18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184.84포인트(0.71%) 상승한 2만6246.96에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15.51포인트(0.54%) 오른 2904.31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60.32포인트(0.76%) 뛴 7956.11에 거래됐다.
최근 수일간 주가 하락의 빌미로 작용했던 대규모 관세가 발표되자 증시는 반전을 연출했다. 자동차부터 건축, IT, 에너지까지 주요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예고됐던 악재에 투자자들은 차분한 모습으로 대응했다.
초기 관세가 10%로, 중국 위안화 가치가 6월 중순 이후 달러화 대비 6% 가량 하락한 점을 감안할 때 당장 심각한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번지면서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
KKM 파이낸셜의 다니엘 더밍 이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3차 관세 방안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날 주가 강세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공개한 보복 관세도 제한적인 수준이었다. 중국 정부는 이날 600억달러의 미국 수입품에 5~10%의 관세를 24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슬레이트스톤 웰스의 로버트 파블리크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 보다 ‘공정한’ 무역 협상을 벌이기 위한 계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무역전쟁이 지루한 장기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주식시장을 압박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지스 아시아 경제 헤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며 “양국의 마찰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주가 반응과 달리 각 업계에서는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택건설 업계는 관세 대상 중국산 자재가 약 600가지, 100억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10억달러의 세금 부담이 발생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무역 마찰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자동차 업계의 내년 판매 실적이 한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했고, 컴퓨터 업체 델은 IT 제품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매출 둔화를 우려했다.
종목별로는 테슬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미 법무부가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상장폐지 발언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에 테슬라는 3% 이상 후퇴했다.
오토존은 회계연도 4분기 매출액이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면서 2% 가까이 하락했고, 제너럴 밀 역시 매출 부진에 7% 이상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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