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2단계 전격 하향…”자금·유동성, 동종업체 대비 상대적 약점”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주가 폭락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지역은행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이하 NYCB)의 신용 등급을 두 단계 낮춰 정크등급(투자 부적격)으로 강등했다.
무디스는 6일(현지시간) 늦게 “재무 및 위험 관리, 거버넌스 문제 등을 지적하며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2로 두 단계 강등하면서 이 은행에 새로운 타격을 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NYCB의 주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뉴욕 업무용 및 공동주택에 대한 상당하고 예상치 못한 손실로” 신뢰도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은행의 자금 및 유동성이 동종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 약점”으로 비치며, 시장에 민감해 자금 압박 상황에서 고갈 가능성이 있는 도매 자금(wholesale funding)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예금의 3분의 1은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추가 강등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NYCB는 지난 달 31일 실적 발표에서 예상치 못한 작년 4분기 순손실을 공개하면서 배당금의 대폭 삭감을 예고한 데다 상업용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 은폐 의혹마저 불거지면서 주가 폭락 사태를 겪고 있다.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22.3% 급락해 199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 손실 발표 이후에만 약 60% 하락했다.
NYCB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도 15% 이상 급락했다.
앞서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2일 이 은행에 대해 “2건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손실과 함께 지난해 4분기 실적 보고서 내용을 반영했다”며 투자 등급 중 가장 낮은 ‘BBB-‘로 한 단계 낮춘 바 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S&P는 지난해 NYCB의 요청에 따라 등급을 철회한 후 더 이상 등급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NYCB는 지난 2022년 플래그스타 은행을 사들인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파산한 시그니처 은행의 핵심 자산을 인수하면서 자산이 1천억달러(133조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덩달아 더욱 엄격한 자본 및 유동성 요건들을 적용받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NYCB에 대한 질문을 받자 “개별 은행 상황을 논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옐런 장관은 “은행의 스트레스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규제 당국이 부실 부동산 대출로 인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은행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또 그는 “우려된다”면서도 “이 문제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금융업체들이 있을 수 있지만 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가가 폭락하고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다우존스 시장 데이터(DJMD)에 따르면 이날 NYCB 거래량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그러나 NYCB 경영진은 지난주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에게 예금이 매우 안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피치 측도 지난 5일 예금 움직임에 관해 “말할 가치가 있는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며 주로 수익성이 문제라고 밝혔다.
은행 측은 지난주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규제당국에 보낸 자료에서 주요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 수익이 올해 28억~29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지난해에는 31억달러(4조1천억원)였다.
두 명의 임원인 최고리스크책임자(CRO)와 감사책임자가 최근 회사를 떠난 것으로 보도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한편, 다른 지역 은행주들도 전반적으로 하락세이기는 했지만, 하락 폭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편이다.
SPDR S&P 지역은행 ETF와 KBW 나스닥 지역은행 지수는 각각 약 1% 떨어졌다. 지역은행으로는 밸리 내셔널 뱅코프(VNB)가 8% 내려 NYCB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떨어졌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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