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진석 기자] “당신은 어디에 투자하고 있습니까?”
주식 좀 한다는 주변 사람들에 질문을 해보면 “미장(미국증시)가 답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국장’ 코스피 주가 지수는 지난해 하반기 꾸준히 하락했지만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점을 돌파했다. 지난해 4분기 빅테크를 포함한 미국 주요 기업 실적은 월가의 예상치를 웃돌며 랠리 양상을 보였다.
이런 흐름 속에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증시 급등에 발맞춰 투자를 늘렸다.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 상반기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된 외화 주식은 약 30조 8000억 원 규모였다가, 올들어 연초 기준으로 약 88조4000억원 규모를 기록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매매 규모도 지난해 기준 약 300조 원, 해외투자가 이슈화됐던 2021년에는 약 537조 원의 매매 규모로 수백조 거래 시장이 됐다.
전체 서학개미 가운데 미국 주식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88%에 달했는데, 이중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등 익숙한 미국IT기업들은 생활과 밀접하게 접목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투자 장벽이 낮은 것도 한몫했다.
▲여전한 미국 주식 열풍…가상자산은 미 증시의 상위호환이 된다
그렇다면 “왜 미국 주식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국장(국내 증시)는 수익성이 낮고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서 미국 주식을 담는다”라는 설명이다. 수년간 코스피-코스닥에서 허덕이던 개인투자자들이 결국 “내 돈을 투자할 곳이 한국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깨우침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사실 ‘미국 증시에 버금가거나 미래가치가 기대되는 자산’은 또 있다. 바로 가상자산이다.
특히 가상자산 중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지난 1월 10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11개 사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최종 승인함에 따라 그야말로 미국 정부가 공인한 투자자산이 되었다. ‘가상 자산’ 비트코인은 이제 미국 월가에서 거래되는 ‘현실 자산’이 된 것이다.
이 중 비트코인의 투자가치를 보고 달려든 자산운용사 한 곳이 눈에 띈다. 우리 돈 1경3000조 원의 자금을 운용한다는 블랙록(BlackRock)이다. 비트코인ETF ‘IBIT’를 출시한 블랙록은 “비트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채택된 최초의 인터넷 화폐”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블랙록은 어떤 지점에서 비트코인을 미래 인터넷 화폐로 정의했을까. 비트코인의 특성인 ▲제한된 발행량 ▲4년 주기의 공급량 반감 ▲운영 주체가 없는 탈중앙성 ▲전송 및 결제의 속도와 유연함 등을 내다봤을 것이다. 앞서 미국 SEC가 수년 간 ETF 미승인의 사유로 제시했던 ‘시세 조작의 위험성’ 조차 그레이스케일의 신탁펀드(GBTC) 전환 소송 등 승인 과정에서 일축된 만큼 비트코인의 이른바 ‘자기 완결성’은 증명이 된 셈이다.
블랙록은 이런 비트코인의 ETF거래를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손을 잡았다. 미국의 금융규제기관인 SEC도 이를 승인했다. 전통적인 초대형 금융사와 가상자산 거래소 업체의 결합. 여기에 미국 정부의 자산(Assets)으로의 승인(Approval)까지. 비트코인ETF는 이렇게 등장했다.
▲한국에서 가상자산은 천둥벌거숭이? 색안경을 잠시 벗어야 할 때
이제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그동안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그리고 가상자산 시장과 산업은 천둥벌거숭이 취급을 받았다. 지난 2018년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한다”라는 새해맞이 엄포령을 내놨다. 당시 박 장관은 “자본이 가상화폐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버블 붕괴의 피해는 너무나 클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것이 그 유명한 ‘박상기의 난’이다. 박상기 장관의 발언은 가상자산 시장의 패닉셀로 이어지면서 순식간에 코인 전체 시가총액 100조 원 가량이 증발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났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에서 한 번이라도 가상자산을 거래해 본 사람은 1500만 명에 이른다. 신원 인증이 된 활성 가입자는 627만 명(KYC이행 기준) 규모이다. 남성이 427만 명, 여성이 200만 명, 그리고 30대 남성이 133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제 활동의 핵심인 30대와 40대는 전체 투자자의 58%에 달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원화 거래량의 비중이 미국 달러를 제치고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ETF승인 기대감이 고조되던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의 원화 거래 비중은 42.8%에 달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절반을 한국 사람이 거래한 것이다.
한편 지난 달 11일 미국에서 비트코인ETF 승인되자 이날 오후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발 비트코인ETF 출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지 조치의 이유를 ‘자본 유출 우려’와 ‘법 미비’로 들었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언제까지?
– 우리는 사실 알고 있었다. 2021년 10월 비트코인 선물 ETF가 승인되면서 현물ETF도 곧 나오게 될 것을 말이다.
– 모두가 알고 있었다.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최종 타임라인은 이미 1월 10일(현지시간)인 것을.
– 우리는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만 비트코인ETF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미국에서 비트코인ETF가 초대형 자본을 앞세워 출시됐다. 미국 증시에 상장되었으니 미국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일반적인 미국 주식과 다른 점은 바로 기초자산에 국경이 없다는 것이다. 현물 비트코인은 국경없이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며, 특정 소유주가 없는 매우 특수한 성질을 가진 자산이다. 심지어 공급량도 제한되어 있으니 자체적인 가격 상승요인도 가졌다.
사실 이러한 자산을 먼저 상품화해 시장에 출시하고 규제의 품으로 들이는 것은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소유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미국이 먼저 그걸 해냈고 홍콩 금융감독위원회도 비트코인 ETF출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2100만개의 국경없는 대형 자산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이 물건도 사지못하고, 해외나 국내 장터에서도 거래하지 못하는 것이다. 만약 비트코인ETF가 우리나라 증권사에서 출시가 된다면 해외 증시로 떠났던 국내 개인투자자 자금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가상자산투자만큼 매력적인 투자처가 어디있겠는가.
또 미국과 유럽 자본은 차치하고서라도 아시아의 개인과 기관 매수세도 기대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지켜보고 있는 홍콩의 비트코인ETF와 한국의 글로벌 비트코인ETF. 어떠한 것이 안전거래라고 보이는가? 내 생각에는 서울이다.
▲“혁신에 나중은 없다” 때를 기다리면 늦는다.
가상자산은 더이상 뜨거운 감자가 아니다. 충분히 손에 쥘 수 있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자산이자 외화 유입요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7월 시행을 앞두고 조직개편과 여러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만약 당국의 청사진이 분명하다면,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을 통해 거래의 안전성을 담보한 뒤, 한 걸음 빠른 디지털자산진흥법을 입법을 통해 글로벌 차세대 금융의 중심이 되어보는 것은 어떠한가. 대선 이후 2년 동안 잠자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집도 한번 다시 들추어 내보고,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4월 총선 이후 새로운 국회의 얼굴들과 빠른 협의를 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글을 마치면서 필자가 수많은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들어왔던 하소연 하나를 소개한다.
“우리는 한국인이죠, 가족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법이 필요합니다. 관련 법 한번만 잘 만들어주시면 정말 열심히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돈에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 금융당국의 결정 하나가 우리나라의 미래 금융을 글로벌 중심에 서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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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디지털산업진흥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비트코인 ETF 매매를 허용하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청사진을 그리라고 요구합니다. 국회, 금융당국에 입법 청원을 넣고,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움직이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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