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해소 정부 정책에 외국인 호응…G2 증시 강세 ‘훈풍’도 미국 1월 소비자물가 주목…호재냐 불확실성이냐 엇갈린 전망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2월 첫째주 주식시장은 설 연휴를 앞두고 공방 끝에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1월 중반 이후 증시 상승세를 견인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도 있었지만, 시장은 2월 들어서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코스피 2,600 고지를 재탈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섣부른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었음에도 미국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에 ‘훈풍’이 됐다. 여기에 중국 증시까지 반등하는 등 주요 2개국(G2) 증시 강세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금주는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시장의 반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예상대로 낮게 나올 경우 최근 한풀 꺾인 금리 인하 기대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춘 연준 정책과의 충돌로 인한 불확실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외국인 연일 순매수로 시장 견인…코스닥도 반등
11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8일 2,620.32로 한 주 전인 지난 2일(2,615.31)보다 0.19% 상승했다. 지난 5일 0.92% 하락하며 2,600선이 무너진 코스피는 6일에도 0.58% 하락하며 설 연휴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높아지면서 조정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7일 1.30% 급반등하며 2,600선을 탈환한 뒤 8일에도 0.41% 오르며 2,620선까지 회복했다.
한주 간(5~8일) 업종별로는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주로 주목받는 보험(5.14%)을 비롯해 비금속광물(4.37%), 의료정밀(3.87%), 기계(3.39%)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진 반면 의약품(-2.69%), 운수창고(-2.40%) 등은 약세를 보였다.
이 기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4676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고, 개인은 1조 4673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224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지난달 17일 이후 단 이틀을 제외하고 순매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는 826.58로 1주일 전(814.77)보다 1.44% 올라 5주만에 주간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닥 업종 중 방송서비스(12.36%)과 금융(12.15%)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한 반면 섬유의류(-3.65%), 운송(-3.11%) 등은 하락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4964억원, 493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기관은 4364억원을 순매도했다.
◇ 저PBR주 테마에 G2 증시 강세 겹쳐 투자심리 개선
시장 반등을 이끈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는 주초 주춤하다 재시동을 걸었다.
지난 6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 체질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추진 방향’을 발표했고, 이튿날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일본 경제 전문가와 간담회에서 “자본시장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주초 이틀간 맥없이 하락하며 전주의 상승세가 꺾이는 듯했던 증시는 이후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조창민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며 관련주의 상승세가 다시 시작됐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순매수도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그 결과 연초 이후 보험, 은행, 증권, 자동차 등 저PBR 업종의 주가 상승률은 평균 13%로 코스피 평균(-1.7%)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과 중국 등 G2 증시의 동반 강세도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9일(현지시간) 사상 처음 5,000선을 넘어서며 거래를 마쳤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 증시는 기업실적 호조와 경제의 펀더멘털 개선 평가에 따라 상승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속 경기 연착륙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선 증시 부양 의지를 밝힌 뒤 증시가 반등했고, 이는 신흥국 시장에 대한 자금 유입으로 이어졌다.
◇ 미 소비자물가 하락 예상에 ‘촉각’…저PBR 강세 속 순환매 전망도
이번 주는 13일(현지시간) 공개되는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월 CPI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4%보다 낮은 2.9%가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균 전망치다.이 경우 최근 낮아졌던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되살아날 수도 있고, 이에 따라 채권금리 및 달러화의 하락 압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시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경계하는 연준의 매파적 태도로 인해 금리 인하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CPI뿐만 아니라 근원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3.7%로 전월(3.9%)보다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단기적으로 연준 통화 정책 방향성과 관련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으며, 지표 결과에 따라 달러나 미국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저PBR주 쏠림 현상은 당분간 더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 역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적용 대상에 코스피 종목뿐만 아니라 코스닥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총선이 예정된 4월까지 저PBR주의 모멘텀은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저PBR주의 가파른 상승세로 1월에 이어 2월에도 가치주가 성장주에 비해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당분간 저PBR주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급등한 저PBR주 대표 종목들 대신 순환매 차원에서 성장주로의 수급 이동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이 같은 전망에 따라 인터넷과 바이오, 이차전지 등을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꼽았다. 이번 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현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 13일(화)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 14일(수) 유로존 4분기 GDP, 유로존 12월 산업생산
▲ 15일(목) 미국 1월 산업생산·소매판매, 일본 4분기 GDP
▲ 16일(금) 미국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미국 2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 한국 1월 실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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