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필리핀이 향후 2년 내에 도매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12일(현지시간) 외신들이 보도했다.
필리핀 중앙은행(BSP) 엘리 레몰로나 주니어 총재는 이러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소매용이 아닌 도매용 CBDC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 계획이 국내 및 국경 간 결제의 효율성, 안전성, 신뢰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CBDC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필리핀은 다른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레몰로나 총재는 다른 중앙은행의 블록체인 기술 사용 경험이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CBDC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필리핀 CBDC는 BSP가 소유한 결제 및 정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 은행 간 결제를 촉진해 은행이 BSP에 돈을 예치하는 준비금 대신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BSP에 따르면, 도매 CBDC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은행을 유일한 거래 상대방으로 제한하고 소매 금융 서비스를 이 기반 위에 구축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금융 위기 시 중개 중단 및 잠재적 뱅크런과 같은 소매 CBDC와 관련된 위험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해석된다.
또한 소매 금융 부문에서 중앙은행의 입지를 줄여 중앙은행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리핀은 CBDC 개발 외에도 암호화폐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엄격한 규제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바이낸스에 대한 국내 영업 금지 조치를 재차 강조한 것은 미등록 해외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체로부터 현지 시장을 보호하려는 필리핀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