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2년여만에 5만달러를 회복하는 등 최근 급등하면서 투자자들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하락에 숨죽이던 일부 투자자는 안도하는 모습이고, 관련 기업들에도 다시 투자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빚을 내면서 공격적으로 가상화폐 투자에 나선 미국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최근 상승세에 따라 현재 약 100억달러(13조3천억원) 가치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달 초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 5일 현재 비트코인 19만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개당 3만1천224달러(4천160만원)꼴로 구매해, 총 59억3천만달러(7조9천억원)를 투자한 셈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약 25% 급등했고, 지난 12일에는 26개월 전인 202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5만달러(6천670만원)를 넘어선 바 있다.
이날에는 5만2천890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5만2천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공동창업자 마이클 세일러 최고경영자(CEO)의 주도로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집중 매수했다.
약 5억달러(6천700억원)를 단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던 이 회사는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정책을 완화하면 인플레이션이 치솟을 것으로 보고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다.
2022년 6월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면서 투자 손실이 10억달러(약 1조3천억 원)에 육박한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은행 대출을 받아 가면서까지 추가 투자를 하면서 ‘비트코인 빚투’ 기업으로 불리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 투자 이후 거의 4년이 지난 지금, 세일러 CEO는 비트코인의 가장 유명한 옹호자 중 한 명이 됐으며, 이제 비트코인 보유 가치도 10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거의 70%의 미실현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해지자 이 회사 주가도 비트코인 가격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세일러 CEO가 비트코인을 보유하기로 결정한 이후 주가는 500% 이상 급등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60% 상승했다.
이날 주가는 718달러로 마감했는데, 2021년 2월에는 1천272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보유 규모는 지난달 출시된 9개 신규 펀드 중 가장 성공적인 블랙록 상장지수펀드(ETF) 자산의 거의 배에 이른다.
세일러 CEO가 가상화폐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테슬라와 소수의 가상화폐 관련 기업을 제외한 다른 미국 주요 상장기업들은 대차대조표상에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JP모건이 투자 의견을 ‘비중축소’에서 ‘중립’으로 올렸다는 소식에 이날 3% 이상 올랐다.
또 지난해 4분기에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과 달리 2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시간외 거래에서는 15%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매출은 9억5천380만달러(1조2천700억원)로 51% 증가했고, 순익은 2억7천300만달러(3천600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5억5천700만 달러 적자에서 흑자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월가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되면서 코인베이스의 수익이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주목해왔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2022년에 86% 폭락한 뒤 지난해에는 거의 5배로 급등했다.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에 벤처투자자들도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의 벤처자금 조달 규모가 총 19억달러(2조5천억원)를 기록하며 전 분기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투자가 늘어난 것은 2022년 1분기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라고 CNBC 방송은 전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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