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우연수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이 곧 윤곽을 드러낸다. 시장은 어떤 기업들이 정책 적용을 받을지, 과연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앓고 있는 국내 증시가 체질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 등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촉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나 프로그램 등을 발표할 생각”이라며 “기업 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에 대한 정책 과제, 기본 방향 등을 담을 수 있을지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금융위원회 업무 계획에 포함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주가 관리 노력을 독려하기 위해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를 개발하는 등의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언급한 이후부터 증시는 빠른 반응 속도를 보였다. 특히 이번 정책을 저평가주들에 대한 주가 부양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되며, 소위 ‘저 주가순자산비율(PBR)주’들로 투심이 몰리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정책을 준비해 온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반응이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정부가 찍어준 기업’, ‘단기 주가 부양책’ 등의 키워드가 ‘상장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라는 장기 플랜 취지를 희석시킬 수 있어서다. 금융위는 단기적인 증시 활성화에 초점 맞춘 정책이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이끌어내고 상장 시장의 체질을 바꾼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가 생각하는 이번 정책의 핵심은 ‘상장기업으로서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계획을 밝히는 것’으로 요약된다. 경영진, 혹은 임직원들 간에 공유하고 있는 회사의 비전과 가치, 목표, 계획들을 투자자들에게까지 공유하도록 해 정보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잘 돼야 테슬라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의 PBR은 9.84배, 주가수익비율(PER)은 44.98배로 지표만 놓고 보면 굉장한 고평가 수준이다.
테슬라에 돈이 몰린 이유는 일론 머스크의 계획과 목표, 기업 비전과 가치 등을 투자자들이 공유하고 있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테슬라는 주주에게 배당을 하진 않지만 남는 재원을 최대한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보유 자본 대비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는 33.6%에 달한다. 정부가 이번 정책에서 PBR, PER뿐 아니라 얼마나 주주와의 소통(IR)이 잦은지 등 보다 다양한 지표를 포괄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반 개인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상장 기업이라면 그에 걸맞은 수준의 주주 정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 만큼, 초기에 알려진 ‘코스피 상장사’, ‘자산 총액 5000억원 이상’ 등의 기준보다는 넓은 범위에 정책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위는 정책 대상을 코스피 상장사 등으로 제한하는 말을 한 적이 없으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참고가 된 일본 역시 대상 기업에 제한이 없었다.
밸류업 정책이 국내 증시의 체질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본 사례를 들어 아직 나오지도 않은 정책에 대한 평가가 이미 시장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이다.
업계와 관계자들은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을 얼마나 잘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직 지배구조보고서 의무가 없는 코스닥 상장사 등에까지 정책이 적용된다면 충분한 당근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세제 인센티브다. 최상목 부총리 역시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기업들의 노력을 촉진할 수 있는 세제 인센티브가 뭐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유예 등 한국거래소가 부여할 수 있는 여러 인센티브도 함께 거론된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 “코스피가 상승하면서 마치 밸류업 프로그램이 증시 활성화 정책처럼 평가되기도 하지만, 일본의 긴급 대책은 증시 활성화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구조적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 거버넌스 개선,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가계 자산 축적 기회가 현실화 된다면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투자 전략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