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의 2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이달 22일 열린다. 시장에서는 딜레마에 처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통위가 이번에도 금리를 묶으면 9차례 연속 동결이 된다.
금통위가 물가 수준이 2%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지속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가계부채와 저성장, 금융부실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다는 점은 금리 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서서히 늦춰지고 있다는 점도 한은이 서둘러 금리를 낮추기 보다는 시장을 관망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이달 22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회의에는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박춘섭 전 위원 자리를 넘겨받은 황건일 위원이 처음으로 참여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8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묶었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손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금통위가 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이유로는 우선 물가 불확실성이 우선 꼽힌다. 1월 물가 상승률은 2.8%로 반년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신선식품지수가 7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며 물가 불안을 높이고 있다.
원자재와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2차 비용 파급과 지정학적 분쟁에 국제유가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한 금통위원은 1월 회의에서 “소비자물가가 1년 이상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 경제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든다. 1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4조9000억원 늘며 1월 기준 역대 2번째 증가폭을 갈아치웠다.
올해는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과 서울 지역 입주 물량 감소에 금리 인하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주택매매 가격과 대출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에 나서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이 회복하면서 성장세가 개선되고 있지만, 고금리와 고물가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민간 소비 위축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다.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우려도 높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건설업계의 자본 조달 경색에 대한 경계심도 한층 커진 상태다.
여기에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는 정부와의 엇박자도 골칫거리다. 자칫 금리를 높였다가는 부동산 폭락에 따른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주요국의 통화정책을 관망할 필요도 있다. 1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3월 금리 인하 기대가 쪼그라든 데 이어 예상치를 웃돈 1월 물가는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하반기로 밀어낸 상황이다.
섣불리 인하에 나섰다간 금리 역전차가 확대될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5월 인하 전망은 이달 초 60%대에서 최근 30%대로 낮아졌다. 3월 인하 예상은 8%대로 쪼그라들었다.
결국 금통위는 이번에도 현상 유지를 결정하며 매파 시그널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월 금통위 직후 “사견으로 6개월 이상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며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차단에 나섰다.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 시기로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 이후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한은이 미국과 금리차를 벌리지 않고 관망하다가 연준의 금리 인하에 나선 후 금리를 낮출 것이란 의견이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물가에 대한 확신이 없고, 미국의 금리 인하도 지연되고 있다”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는 미국이 금리를 낮추는 5월 이후가 가장 빠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한다”면서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조기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미국 경기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시장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를 경계하며 섣부른 금리 인하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여 고금리 기조를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봤다.
한편 이달 금통위에서는 새로운 성장률과 물가 전망치를 내놓는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로 각각 2.1%와 2.6%를 제시했다.
시장에서는 수출 회복에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올릴 것이란 의견과 중국 경기 부진과 민간 소비 위축에 유지하거나 소폭 하향할 것이란 시각이 맞선다. 물가 전망치는 유가 안정에 유지 혹은 소폭 하향할 것이란 예상이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민간소비 위축 가능성에도 수출 회복세 확대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유지했고, 소비자물가는 내수 부진에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춘 2.5%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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