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올들어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폭풍매수에 나서는 가운데 이달부터 기관도 코스피에서 1조원 넘게 사들이는 등 외국인의 매수 행렬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기관투자자는 코스피서 약 1조2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6조250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기관이 매수세로 전환함에 따라 2월 들어 코스피 지수는 6.07% 상승했다.
이달 들어 기관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현대차(4100억원)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주가는 기관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20% 넘게 뛰었다. 2위는 LG화학(3136억원)으로 이 기간 주가가 15%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신한지주(1696억원), 에코프로머티(1320억원), LG(1006억원), POSCO홀딩스(950억원) 포스코퓨처엠(901억원), SK(899억원), 삼성생명(783억원), LG생활건강(618억원) 등의 순으로 기관의 매수 강도가 높았다.
기관의 매수 규모 상위 10개 종목에는 자동차, 금융, 지주사 등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가 기대되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기관은 삼성전자(-5562억원), NAVER(-2090억원), 기아(-1635억원), SK하이닉스(-1527억원), 삼성전기(-1020억원) 등 성장주들을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세부 내용 공개(2월말 예정)가 가까워지면서 저 PBR주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이들 종목에 대한 기관들의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어닝시즌이 마무리 국면에 가까워지면서 주식시장에 뚜렷한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모멘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이에 따른 주주들의 환원요구, 주주총회·이사회에서 나오는 기업들의 대응이 2~3월 중에 활발히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들의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보지만, 최근 나타난 업종·종목별 과열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럴 때 그동안 소외받았던 수출주와 성장주에 대한 관심을 높여갈 필요가 있으며, 순환매 장세가 재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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