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가독성·작가와 유대감 문제도…”소비자가 신기술 거부한 사례 많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지난해 웹툰 업계에서 찬반 논란에 휩싸여 주춤했던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 다시금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학습 과정에서의 저작권 침해 문제는 해소 방안을 찾는 모양새지만, 독자들의 거부감을 없앨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8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플랫폼들이 AI 기술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작가가 생성형 AI에 자기가 그린 이미지만 학습시킨 뒤, 자기 그림체로 결과물을 뽑아내 작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중이다.
그간 생성형 AI 활용을 두고 무작위로 이미지를 학습한 뒤 명령어에 따라 결과물을 내놓는 AI에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작가별로 자신의 이미지만 학습시키면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최고경영자(CEO)도 지난해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23에서 저작권 논란이 없는 AI를 만들겠다며 “특정 작가의 이미지를 학습한 뒤 사진을 넣으면 이를 해당 작가의 그림 또는 그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에셋(자산)으로 만들어 주는 툴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7월 AI 기술 브랜드 헬릭스를 출시하고, 다양한 AI 기술을 개발 중이다.
조만간 창작자용 AI 기술도 내놓을 전망이다. 최근 이미지 자동 채색과 배경 자동 생성 등 창작자에게 필요한 AI 기술 개발을 위해 인력도 채용했다.
저작권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다면 과연 생성형 AI가 웹툰 업계에 안착할 수 있을까.
남은 걸림돌은 독자들의 강한 거부감 해소다.
지난해에도 독자들이 AI 활용 웹툰에 ‘별점 테러'(낮은 평점을 주는 행동)를 하고 온라인 보이콧 운동을 벌이면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웹툰 제작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독자들이 AI 웹툰을 거부하는 이유로는 가장 먼저 낮은 가독성과 이질감이 꼽힌다.
독자들은 웹툰 제작사에서 여러 명의 인력이 달라붙어 만드는 수준의 웹툰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나온 AI 웹툰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민 만화문화연구소장은 “만화는 글과 그림이 함께 나오는 종합예술로, 가독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AI 만화는 컷을 만드는 형태다 보니 흐름을 통해 맥락을 만들기 힘들고 (현재로서는) 가독성이 정말 많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웹툰 특유의 작가와 독자 간 끈끈한 유대감도 AI 웹툰에 대한 반감 요인이다.
이 소장은 “독자들 사이에서는 제작사가 AI로 찍어내듯 웹툰을 만들면 작가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며 “또 웹툰의 성공 비결 중 하나가 작가와 독자 간의 유대감인데, AI 웹툰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두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가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며, 일단 도입되고 나면 독자들도 적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이는 미지수다.
이종식 포항공대(POSTECH)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과학사(史)·기술사적으로 봤을 때 소비자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며 “박정희 정부 때 ‘녹색혁명’의 일환으로 종자 개량을 통해 만든 통일벼라는 신기술을 밀었지만, 사람들이 맛이라는 질적인 측면을 중시하면서 통일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벼는 1970년대 국내에 보급된 다수확 벼 품종으로, 국내 쌀 생산량은 획기적으로 늘렸지만, 특유의 푸석함 때문에 밥 맛이 떨어진다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1992년 정부 수매 중단과 함께 아예 재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김치냉장고, 백신 등 효용과는 별개로 수용자들의 거부로 기술 개발이 정체하거나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웹툰 플랫폼들은 독자와 AI 간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부터 이용자가 자기 사진을 올리면 원하는 웹툰 그림체로 바꿔주는 ‘툰필터’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인기 웹툰 주인공과 ‘경찰복’, ‘이집트’ 등 의상 키워드를 고르면 AI가 이에 맞춰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캐릭터 포토카드’ 기능도 내놨다.
카카오엔터는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 이용자의 행동 패턴을 AI가 학습한 뒤 최적의 시점에 작품 추천 알림을 울리는 ‘헬릭스 푸시’를 내놨고, 독자별로 제각기 다른 맞춤형 앱 메인화면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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