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직접 제조를 놓고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도 대규모 투자 경쟁에 뛰어들며 AI반도체를 둘러싼 ‘쩐의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은 최근 AI반도체를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33조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한다.해당 프로젝트 이름은 일본 창조신 이름을 딴 ‘코드명 이자나기’로 알려졌다. 1000억 달러 중 300억 달러는 소프트뱅크가 출자하고 700억 달러는 중동 등 외부에서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그룹이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암)을 보유한 만큼 AI반도체 생산에 뛰어들 경우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손 회장은 그간 AI에 큰 관심을 보였고, 실제 투자로도 이어진 바 있다. 그는 2020년 소프트뱅크를 ‘AI 혁명을 위한 투자 회사’로 만들 것이라며 펀드를 통해 400개 이상 스타트업에 1400억 달러(182조원)를 투입한 바 있다.그는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행사 강연을 통해 “소프트뱅크그룹을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그룹으로 만들고 싶다”며 “Arm이 AI 시대에 활약해 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와는 별개로 손 회장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샘 올트먼 CEO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도 협력하고 있다. 올트먼은 AI 반도체 직접 제조를 위해 최대 7조 달러(9300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중동 등 다양한 투자자, 칩 제조업체, 전력 공급업체가 함께 자금을 모아 AI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를 건설한 뒤 기존 칩 제조업체가 생산을 맡는 파트너십 체제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과 올트먼 CEO 두 사람의 움직임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엔비디아를 견제하는 데 궤를 함께 한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여러 개를 붙여 만드는 반도체 패키지인 AI용 가속기, 일명 AI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품귀 현상이 일어나며 웃돈이 붙은 제품이 거래되는 등 독주 체제가 이어지자 이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실제 올트먼 CEO는 한국을 방문해 경계현 사장 등 삼성전자 최고경영진과 최태원 회장, 곽노정 사장 등 SK하이닉스 최고경영진을 잇달아 만났으며 오는 21일에는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2024’ 행사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이 AI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자 ‘절대 강자’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며 경쟁 과열 경계에 나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더 빠르게, 빠르게 제조하는 칩(반도체) 산업 덕분에 AI 비용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며 AI 반도체 비용 하락을 암시하기도 했다. ‘반도체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 역시 올트먼의 ‘7조 달러’ 구상에 그만큼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켈러 CEO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올트먼이 올린 ‘제길, 8(조 달러)은 안되나’는 글을 인용하며 “난 1조 달러 이하로도 가능하다”는 글을 게시하며 올트먼의 계획을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에 참석해 개방형 하드웨어 설계자산(RISC-V·리스크 파이브) 기반 하드웨어 구조 설계 혁신을 통한 차세대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강조하며 “더 많은 사람이 자체적인 AI 솔루션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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