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 기술 선점을 둘러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수요가 급증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업체들은 강력한 파트너와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 공정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암)과의 협력을 확대한다고 21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설계 자산을 자사의 최첨단 GAA 공정에 최적화하기로 했다. 이로써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 고객사들이 생성형 AI용 SoC 개발 과정에서 Arm의 최신형 중앙처리장치(CPU)에 더욱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 Arm은 최근 실적 발표 이후 AI 반도체 성장 기대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하는 등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10년 이상 Arm과 협력을 이어온 삼성전자는 Arm의 CPU IP(지식재산)을 다양한 파운드리 공정에 적용해왔다. 이번 GAA 공정 협력도 그 연장선상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차세대 트랜지스터인 GAA 구조를 적용한 3나노(㎚·10억분의 1m)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가 양산하는 3나노는 기존 핀펫(FinFET) 트랜지스터 구조다. 삼성전자는 경쟁력을 갖춘 GAA 공정으로 안정적인 3나노 양산과 2나노 개발을 지속해 AI 가속기 등 빠르게 성장하는 응용처의 매출 비중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 파운드리에는 AI 가속기 및 AI 주문형 반도체(NPU) 생산을 위한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들의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선단 공정의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태에서 GAA 공정 안정성 측면에서 삼성이 TSMC 대비 상대적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미국 인텔도 파운드리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 서비스(IFS)의 공정 기술 로드맵 등 운영 전략과 포트폴리오를 소개하는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를 올해 처음 개최한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자체 AI 칩 개발을 추진 중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한다. 오픈AI가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와 폭넓게 접촉하면서 ‘AI 반도체 동맹’ 구축에 나서고 있어 올트먼의 등판이 더욱 관심을 끈다.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7조달러(약 9천300조원) 투자 유치에 나선 올트먼은 이번 인텔 행사에서 AI 분야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2021년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공식화한 이후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작년 9월에는 연례 개발자 행사에서 1.8나노급인 18A 공정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깜짝 공개했다. 당시 인텔이 밝힌 양산 목표 시기는 2025년이다.
현재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은 세계에서 TSMC와 삼성전자만 가능한데, 1.8나노는 두 회사가 양산 중인 3나노보다 앞선 공정이다. 이처럼 반도체 업계가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에 힘을 쏟는 것은 AI 기기 증가로 파운드리 수주 확대와 시장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성장률을 연평균 13.8%로 예상했다. 파운드리 시장 성장은 5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이 이끌고 있다. 5나노 이하 공정 매출은 지난해 전체의 24.8%였으나, 2026년에는 41.2%까지 오를 것으로 옴디아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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