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주혜 기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9회 연속 동결한 가운데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가계대출 증가 우려에 일부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도 이어진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30~5.873%로 집계됐다. 변동형 금리는 연 3.96~6.683%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내려갔던 주담대 금리는 최근 다시 올라가는 추세다. 이달 초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3.22~5.764%였다.
기준금리 동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그라지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한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로 활용되는 금융채(은행채) 5년물 금리는 전날 3.926%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하락해 지난달 중순에는 3.7%대까지 떨어졌지만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9회 연속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21일(현지시간)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에서 다수 참가자가 섣부른 금리 인하는 위험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가계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출금리를 올려 수요를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19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05~0.2%포인트 인상했다.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해서다. 국민은행도 7일 주담대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0.23%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주담대 변동금리의 경우 준거금리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하락에도 대출금리가 상승했다. 은행연합회가 15일 공시한 1월 신규 코픽스는 3.66%로 전월 대비 0.18%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국민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금리는 5일 4.07~5.47%에서 이날 기준 4.12~5.52%로 뛰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금융권을 향해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적정수준의 가계부채 규모를 스스로 고민해 경영방침에 반영하고 단기 이익을 위한 불필요한 외형 경쟁은 지양해달라”고 주문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앞서 시장금리에 과도하게 반영됐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식으면서 은행채 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은행은 가산금리를 조정해 이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당분간 대출금리가 극적으로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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