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서만 국내 주식을 7조원 넘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이들이 장바구니에 담은 항목도 한 달 전과 사뭇 달라졌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달들어 전날까지 7조1663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년 동기(1조9773억원) 대비 262%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지난 2000년 이후 월간 기준 2013년 9월(7조6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 수준이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이후 외국인 순매수와 외국인 지분율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주 내에서도 종목별 차별화는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지만 지금은 외국인의 수급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주 코스피 기준 외국인 순매수가 기록된 저PBR주와 순매도가 기록된 저PBR주 평균 수익률은 각 0.95%와 -1.17%로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저PBR 테마 내 주주환원, 현금 여력이 있는 종목들 중심으로 차별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전후로는 코스피 대비 코스닥 단기 우위를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종목을 보면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던 삼성전자가 11위까지 밀려났다. 대신 현대차가 1위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 삼성물산, 삼성전자우, 기아, SK스퀘어,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삼성생명, KT 순이다.
상위단에 금융주를 비롯 저PBR주라고 할 수 있는 대형주들이 이름을 올린 게 특징이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상위단에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에스디에스, 포스코퓨처엠, 한진칼 등은 빠지고 하나금융지주, 삼성생명 등이 진입했다.
시장에서는 26일 발표될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안에 정부의 실향 의지와 현실성을 확인한 뒤 외국인 수급 변화가 어떻게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주와 성장주는 반대 방향 주가 경로를 보이고 있는데 일본의 경우 기시다 정부 정책 방향성이 발표된 이후 1년 반 가량 영향권에 놓였던 바 있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책 강도는 관련주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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