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미국과 일본 증시가 엔비디아발 반도체 랠리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으나 국내 반도체주는 이 같은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모습이다.
23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반도체 지수는 전날보다 0.09% 내린 3,884.25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KRX보험(2.87%), KRX헬스케어(2.28%), KRX은행(1.76%) 등이 상승장을 펼치면서 코스피가 0.13%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부진하다.
유가증권시장 업종지수를 보더라도 반도체 종목을 포함한 전기·전자가 0.16% 상승에 그쳐 보험(2.90%), 금융(1.61%), 의료정밀(2.85%) 등에 못 미쳤다.
주요 반도체 종목 중에서는 SK하이닉스[000660]가 3.07% 오른 16만1천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그러나 삼성전자[005930]는 7만2천900원으로 전날보다 0.27% 내렸고, DB하이텍[000990]은 1.22% 내린 4만8천750원을 기록했다. 다른 반도체 종목들도 대부분 보합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제한했다.
이 같은 모습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반도체와 빅테크 랠리가 본격화한 미국 및 일본 증시와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오름세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던 증권가의 예상과도 빗나간 결과다.
앞서 뉴욕 증시는 엔비디아의 호실적 발표 이튿날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22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평균지수가 1.18% 오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39,000을 돌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11% 오른 5,087.0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도 2.96% 상승한 16,057.44로 202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6000을 넘겼다.
엔비디아가 16%, AMD가 10% 이상 오른 것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메타 등이 2~3%씩 올랐다.
엔비디아 덕분에 일본 증시의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전날 2.19% 오른 39,098로 장을 마감해 ‘거품 경제’ 시기인 1989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및 일본 증시의 훈풍과 별개로 국내 증시가 미·일과 중국 사이에 낀 상태를 유지해 영향이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국내 증시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과 AI(인공지능) 랠리, 수출 경기 개선으로 상승 국면을 타고 있지만 강도는 미·일보다 미진하다”며 “중화권 증시는 부양책 기대감으로 반등 국면에 있지만 불확실성이 크다. 증시 레벨 부담과 매크로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증시의 상승 사이클이 유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호재가 미국보다 하루 앞서 국내 증시에서 소화된 측면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및 반도체 지수 급등이 전날 이미 반영된 영향으로 오늘 반도체주 상승은 다소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도체주의 향후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낙관론은 여전하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기대되는 정책 모멘텀을 고려할 때 반도체를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추진을 발표했을 때 코스피가 주간 하락한 데 비해 반도체는 상승했다. 향후 AI 수요 증가와 함께 반도체 업종의 상승 견인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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