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신중 기류 속 野 공약 발표…당국 검토 과제, 총선 뒤에도 논란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채새롬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ETF의 국내 발행과 상장, 거래를 모두 허용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가상자산 제도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ETF 투자 허용이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기류가 강하다.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허용 여부를 최종 결론짓지 않은 가운데 관련 논란은 총선 뒤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투자 허용을 둘러싸고 뚜렷한 입장차를 노출하고 있다.
먼저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총선 공약 중 하나로 “비트코인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과 상장, 거래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제도적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찍으며, 가상자산 연계 상품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것이 글로벌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비트코인 현물 ETF 등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해 비과세 혜택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 자산 증식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자본시장법 개정을 바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여권은 신중론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조만간 민주당과 비슷한 내용의 총선 공약을 발표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과는 배치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를 허용하면 국내 증시에 있는 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납득할 수 있는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비트코인 현물 ETF 투자나 기관 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허용하면 판 돈이 커져서 거래소가 돈을 벌게 될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환경이 좋아지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내부적으로 사실상 불허 방침을 세웠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고려해 총선을 앞둔 시점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야 간 입장차가 뚜렷한 만큼 결국 총선 결과와 이후 정치 지형에 따라 입법화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금융당국, 비트코인 ETF 관련 “열어놓고 검토”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 국내 승인에 대해 “현재로서는 방향성을 정해놓지 않고,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전에 밝혔던 것처럼 따로 시한을 정하지 않고,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달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하자, 당국은 이튿날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가 기존 정부 입장에 위배됐다고도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국무조정실 주도로 관계부처가 내놓은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에서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 취득·지분투자를 금지했다.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투자가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대통령실에서 특정한 방향성을 갖지 말고 검토하라는 지시가 전달되면서 금융위도 향후 정책 변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와 출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을 보유해도 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운용하려면 운용사나 신탁사에서 비트코인을 직접 매입해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투자자 보호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hanjh@yna.co.kr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