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글로벌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는 신호가 잡혔다. 10년 만의 부동산 침체기를 딛고 전환점을 맞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 시간) 자체 분석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 37개국의 지난해 3분기 명목 주택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2.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를 토대로 “선진국을 강타한 광범위한 집값 하락세가 대부분 진정됐다”며 “경제학자들의 10년 만에 가장 심각한 부동산 침체가 전환점을 맞았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의 약 3분의 1이 직전 분기보다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절반이 넘었던 연초에 비해 줄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 부동산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루 위샤트는 “최신 데이터는 대부분 국가에서 주택 가격 하락이 바닥을 쳤음을 시사한다”며 “집값 조정이 충분히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집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중앙은행들의 수십 년 만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2022년 말 직격탄을 맞았다. OECD 국가의 경우 2022년 말 전분기 대비 0.6% 상승하는데 그쳤는데, 이것은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그러나 올해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집값 하락세가 완화하거나, 심지어 상승 반전하고 있다. 매물 부족이 가격을 떠받치는데 기여했다. 그리고 최근(지난해 3분기) OECD의 실질 주택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부분 선진국에선 주택 가격이 상승하거나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선 하락세가 더뎌졌다.
위샤트는 “임대시장이 큰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선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이 국가들도 하락세는 대부분 지나갔다”고 분석했다.
티로웨프라이스의 이코노미스트 토마시 빌라데크는 “많은 곳에서 집값이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고 또 많은 곳이 회복 중”이라면서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이주 및 제한적인 건축 허가로 주택 가격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낮은 고정금리 만기가 도래하면서 많은 가계들이 더 높은 모기지 금리에 직면하게 됐다. 그럼에도 미국과 영국 등이 지난해 최고치보다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특히 미국은 탄탄한 경제와 고용으로 지난해 11월까지 명목 주택 가격이 5.2%나 상승했다. 반대로 경제 침체와 부동산 거품, 대규모 임대시장이 주택 부문을 압박하고 있는 독일은 지난해 연 10.2% 하락, 룩셈부르크에 이어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악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집값이 다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지난해 중반 점을 찍은 뒤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은 9월까지 3개월간 명목 집값이 0.8% 상승해 연초 대비 상승 반전했지만 연간 기준으론 아직 마이너스 1%를 기록하고 있다.
FT는 “미국, 호주,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회복력을 보였다”며 “다만 OECD 이외의 일부 국가 상황은 다르다. 극심한 부동산 침체를 겪고 있는 중국은 지난 2년간 집값이 7% 정도 빠지면서 투자 수요가 대부분 사라졌고 앞으로 2년 동안에도 하락세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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