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미국 증시가 지난주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호재에 힘입어 랠리를 펼친 가운데, 이번주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발표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25일(현지시간) 주식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보다 엔비디아를 더 신경 쓰는지와 관련해 29일 1월 PCE지수 발표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 발표 이후 22일 16.4% 오른 데 이어 23일에는 0.36% 상승 마감한 상태다. AI 관련주 급등 속에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에 따른 증시 조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었다. 연준이 3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한 가운데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망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월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지수가 전월 대비 0.4% 올라 지난해 2월(+0.4%) 이후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근원 PCE 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대체로 하락세를 그려왔는데 지난해 12월(+0.2%)에 이어 2개월 연속 상승할 전망이며, 3개월 연율 및 6개월 연율 PCE 지수 상승률은 연준 목표인 2% 위로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PCE 지수가 블룸버그 전망대로 나올 경우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하락세가 평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며 조기 금리 인하 기대는 더 꺾일 것으로 보인다는 게 블룸버그 분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5월 금리 동결 전망이 82.1%로 다수이고 6월 동결 전망은 32.6%로 절반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마이클 아론 수석 전략가는 “투자자들이 다시 인플레이션 지표에 집착할 것”이라면서 연준이 한 달 자료로만 추세를 판단하지는 않겠지만 인플레이션이 2%대로 다시 내려가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경우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없거나 심지어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있고 이 경우 증시에 큰 충격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자신은 증시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제프리스의 크리스토퍼 우드는 “지난해 세계 증시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건은 거시 경제가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픈AI 투자였다. AI 테마가 시장 심리를 주도하기 시작하는 촉매가 되었다”면서 이러한 추세가 일시적이지 않다고 봤다.
1990년대 말 닷컴 버블과 이번 랠리를 비교하는 신중론도 나오는 가운데, 데이터트렉 리서치의 닉 콜라스는 시장이 고금리 장기화 우려를 제쳐두고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의 실적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는 사이클 가운데서 나타나는 전형적 시장 반응”이라면서 “중요한 섹터에서 유망한 발전이 있을 경우 투자자들은 고금리를 용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쿼리의 티에리 위즈먼은 미국의 생산성 증대와 관련한 ‘패러다임 변화’ 논의 가운데 실제 장기간 지속된 것은 소수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AI 주도의 새 패러다임이 진행될지라기보다 사람들이 이를 믿는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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